설레는 일, 그런 거 없습니다
쓰무라 기쿠코 지음, 박정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일본 소설 특유의 담백함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설레는 일, 그런 거 없습니다>> 는 제목 만으로도 제게 설레임을 불러 일으켰는데 이야기는 실제로 끝까지 설렐 듯 말 듯하다가 오픈 엔딩 비스무리하게 끝. 역시나 담백 그 자체인 일본소설인가 싶어 피식 웃고 말았답니다.

책의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이야기는 나카코(女)와 시게노부(男)의 이야기로, 둘의 어제 같은 오늘, 오늘 같은 내일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나오는데 덩달아 화가 나기도 하고, 어이도 없어지고 한숨이 나오는 까닭에 왜 이 소설을 두고 "조기 퇴근을 유발"한다고 하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제게도 그런 날들이 있었습니다. 정기적금을 들어놓고 만기될 때까지만 버텨보라는 직장 선배의 말에 이를 악물고 출근하고, 또 출근했던 그런 날들 말입니다.

저는 학원 강사였던 터라 출근 시간이 점심 지나고여서 통근전철 안에서 "말랑거리는 소모품"인 양 느끼고, "좋은 아침(Good morning)"이라는 상투적인 말에 분노가 치미는 두 사토 씨들의 기분은 느껴보지 못했지만 남의 돈 벌어먹고 사는 일의 녹록치 않음은 어느 누구라도 공감할만한 일이기에 충분히 씁쓸했답니다.

쉽지 않은 나날임에도 불구하고 Life goes on. 나카코의 일상도, 시게노부의 매일도 딱히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은 모양새로 계속 됩니다. 제 하루하루도 비슷할테죠(뱃속 아가의 등장으로 경제활동과 좀 더 멀어지고 슬렁슬렁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터라 직장인들에 비해 좀 더 여유롭겠지만 육아맘도 고단합니다 ㅋ). 그래도 뭐 그런대로 살만한 것 같고 말이지요.

생년월일이 같고, 성이 같은 두 사람은 책의 초반에 한 번 만나고 말미에 드디어 다시 만납니다. 주책맞은 아줌마는 멋대로 두 사람에게 핑크빛이 감돌길 바라며 책을 덮었답니다.

이건 그저 제 모자란 글이고 책에는 <오노우에 씨의 부재>라는 짧은 이야기가 한 편,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작가 마스다 미리의 <어른의 하루하루>라는 짧은 만화가 실려있으니 끝까지 다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저는 여러 모로 만족스러웠던 책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