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자존감 공부 - 천 번을 미안해도 나는 엄마다
김미경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45개월된 아들 녀석이 기저귀 뗀지 한참인데 새삼 밤이면 밤마다 이부자리 적시기를 수일째, 지난 일요일 밤에도 자그마치 세 번을 실수했다.

뱃 속에 자리잡은 2호가 입덧 약을 먹어도 1/3쯤 남아 있는 울렁거림과 끊임 없는 졸음으로 어마 무시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지금, 그 새벽이 너무 괴롭더라.

하여 잠도 덜깬 아들 녀석에게 호통과 함께 기저귀를 내밀었다. 1호는 눈도 못뜨고 (눈물은 한 방울도 안나왔지만) 통곡하며 싫다고 했다. 월요일 밤이 되니 잠을 제대로  못잔 녀석의 얼굴과 눈이 어찌나 부어있든지... 맘이 좀 아팠다.

이런저런 모양으로 속이 시끄러운 까닭에 내가 요새 침대 곁에 두고 자꾸만 뒤적이게 되는 책 한 권. 신랑과도 그녀의 이야기를 내 입으로 자꾸 되뇌이게 된다.  오늘은 <<엄마의 자존감 공부>> 이 책 얘기를 하고 싶다.

뭣 모르고 가벼운 맘으로 책을 들고 카페에 갔던 날이 떠오른다. 당신의 집에 아주 괜찮은 세 명의 아이가 있다며 특유의 힘있는 어조로 이야기하는 김미경 씨의 책, 서문만 읽는데도 눈물이 주룩주룩 났다.

아이가 세상이 보기에 어떤 지질한 모습, 상태로 있어도 죽음에서 생명으로, 탄생한 것부터가 이미 엄청난 인생의 시작이고, 스스로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지를 증명해낸 것인데 너무 쉽게 하나뿐인 조그만 녀석을 평가절하하고, 쉬이 비난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아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이제 겨우 네 살인데 어린이집에서 형님반이라는 이유로, 또 동생이 태어난다는 이유로 너무 많은 규칙과 짐을 좁다란 어깨에 지운 것 같다는 생각...

책의 내용이 내 아이보다는 더 큰 아이들-사춘기, 스무살 등-에 초점이 맞춰져있어서 살짝 아쉬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좀 더 건강한 몸과 마음이어야하고, 누구보다 내 아이를 믿어줘야하며, 다섯 가지 이상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천재성이 발휘될 것을 기대하며 공부라는 한 칸짜리 방만 열어주기보다, 99칸의 나머지 방을 열어볼 수 있게 다양한 경험을 허락하고 제공해줘야 한다는 것...등은 아이가 몇 살이건,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예비 부모들이라도 이 책을 좀 읽고 맘에 새겼으면 싶다.

아들이 태어난지 1,383일...  답지 않은 부모 노릇한 세월도 고작 그만큼... 천 번이 뭐냐, 날이면 날마다 미안하고 어려웠으니 아들을 키운 날만큼 미안했으리라. 하지만 그녀의 말처럼 나는 엄마이니, 모자르고 부족해도 아이에겐 냉혹한 세상에서 살아남게해줄 최후의 보루인 따뜻함이니, 최선을 다해 내게 주어진 하루하루와 싸워야겠다.

역시 날마다 전쟁 같은 하루를 살고 있을 그대들에게도 부디 포스가 함께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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