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 제155회 나오키상 수상작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김난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5월
평점 :
품절


 

 

 

"가족에 대한 아련한 기억을 어루만지는 기적"


일본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 두 개 중 하나인 나오키상을 수상한 (다른 하나는 순수문학에 수여되는 아쿠타가와상, 나오키상은 대중 작가의 통속소설에 수여돼요!) 오기와라 히로시의 소설을 만났다.

혹자는 잔잔하다 말했고, 혹자는 너무 뻔한 이야기라 하더라. 내게 일본소설은 가장 읽기 편한 이야기, 가장 즐겨 읽는 이야기 (특히 연애소설!), 오기와라 히로시의 단편소설 역시 그런 일본 소설답게 내게 단순한 즐거움과 감동을 주었다.

가족이란 관계가 소설과 몹시 닮아있다. 소설이 가족의 이야기를 담았으니 글이 가족을 닮은 것인가? (웃음)

 첫 번째 이야기 "성인식"은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열다섯 살에 교통사고로 죽은 딸 스즈네를 그리는 중년의 부부가 딸 대신 성인식에 참여하며 제대로 된 작별을 도모하는 이야기

"언젠가 왔던 길"은 딸 교코가 결코 친밀했다 말할 수 없는 사이였던 엄마의 늙음을 바라보며 자라지 못한 어린시절의 자기 자신을 어루만지는 이야기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는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아들을 아들이라 부르지 못하는 두 사람이 거울을 통해 같은 곳 - 바다 - 을 바라보며 아버지인 남자의 한 평생을 독자가 같이 듣게 되는 이야기

"멀리서 온 편지"는 쇼코가 첫 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인 남편과의 불화로 친정에 가 있는 동안 시간을 초월한 문자를 받으면서 자신의 사랑을 돌아보는 이야기

"하늘은 오늘도 스카이"는 영어단어를 몹시 사랑하는초등학교 3학년인 아카네가 쉬, 시, 시(she, see, sea) - 그녀는 바다를 본다는 문장에 꽂혀 가출한 이야기

마지막 이야기인 "때가 없는 시계"도 아버지의 유품인 고가의 시계를 수리하러 갔다가 수집하고 있는 시계 하나하나에 가족의 역사를 담고 있는 영보당 노인의 가족 이야기와 자기의 가족 이야기를 교차하며 들려주는 이야기

각각의 이야기가 결국,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다르면 다른대로, 비슷하다면 또 비슷한대로 괜시리 울컥하게 되는 "가족"이란 이름의 울림...

그저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그런 관계가 또 어디있을까... 사건, 사고가 많은 요즘 치고 박기 쉬운 지척의 그네들을 좀 더 사랑으로 보듬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소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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