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터에서
김훈 지음 / 해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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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터에서는 아버지 마동수, 어머니 이도순, 장남 마장세, 차남 마차세까지... 인물 각자의 이야기와 그들이 살았던 세상, 그들을 둘러싼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자신의 어린 딸이 비쩍 마르고 늙은 말을 타는 것을 보며 마차세는 자신이 마씨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 비참한 모습에서 자신과 가족들의 인생을 바라보게 된 것이지요.

 

 

세상의 가장자리에서 저편으로 아주 넘어가지도 못하고, 보름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 집에 들렀던 아버지 마동수의 삶이 시작부터 끝까지 비애로 가득한 것이었고, 세상의 모든 연(緣)을 버겁다 느끼며 이리저리 헤매다 범죄자로 낙인 찍혀서야 한국에 돌아올 수 있었던 형 마장세의 인생 또한 녹록치 않은 것이었습니다. 마차세로 말할 것 같으면 출생부터 쉽지 않았더랬지요.

 

 

그런 마씨 형제들에게 부모라는 존재는 참 버겁고, 그들이 죽어도 그들의 생애가 끌고 온 사슬이 살아있는 사람들까지 옥죄이게 만들 것 같았습니다. 부모들 역시 자유로울 수 없었던 가난과 배고픔의 사슬 말입니다.

 

 

소설은 끊임 없이 달아날 수 없는 세상, 매를 맞아도 유효한 식욕, 끊을래야 끊어버릴 수 없는 핏줄과 인간관계들에 대하여 이야기합니다.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어요. 경험해본 적 없는 전쟁과 가난 이야기가 너무 낯설었어요. 잘 먹고 잘 사는 중이라 한민족의 어려웠던 과거가, 인물들의 괴로움이 참 어렵고 슬프게 느껴졌고, 인물들의 고통에 비하면 너무 사소한 문제들로 조금 힘든 날에는 인생이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것이구나..하는 생각에 위안이 됐달까... 체념하며 받아들이게 됐달까... 글로 잘 설명할 수 없는 마음들이 밀려왔어요.

 

 

책의 뒷표지에 실려 있는 작가의 말처럼, 영웅적이지도 못하고... 늘 머뭇거리며 두리번거리고, 죄 없이 쫓겨다니는 인생들에 관한 이야기, 그 남루함과 슬픔, 고통에 관한 이야기, 그게 "공터에서" 였습니다.

 

 

저 역시 괴로움은 덜하지만 참 비겁하고, 쉬이 흔들리는 인생입니다. 소설이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삶의 남루함을 수용하게 해줍니다. 세상은 여전히 무섭지만, 그래도 살아야한다는, 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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