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마리 여기 있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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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세 브릿마리, 발코니 정리 능력이 탁월하고 커트러리는 포크, 나이프, 스푼 순서로 정리해야만 하는 팩신과 과탄산소다를 애용하다 못해 숭배하는 깐깐하고 꼼꼼한 여인.


책을 펼치고 나서 한 동안은 강박적일 정도로 깔끔하고, 다른 사람들의 방식은 전혀 이해하려 들지 않는 답답한 그녀의 사고방식과 행동에 짜증이 났다. 그녀를 작가의 표현을 빌어 말하자면



브릿마리가 세상을 보는 방식은 아무도 바꿀 수 없다. 브릿마리가 일단 입장을 정했다 하면 어느 누구도 바꿀 방법이 없다(61쪽).


이 문장? ㅎ



그녀는 어제처럼 오늘도, 내일도 집 안 구석구석을 쓸고 닦으며 평소대로 지낼 수 있었는데 남편의 바람이 그녀를 집 밖으로 내몰았다.



브릿마리는 그들의 결혼 생활이 언제부터 손쓸 도리가  없게 되었는지, 언제부터 그녀가 아무리 많은 받침 접시를 동원해도 닳고 흠집이 생기는 걸 막을 수 없었는지 알지 못한다(74쪽).


호기롭게 떠난 그녀, 포기가 밥 먹기 보다 쉬운 마을 "보르그"에 도착,



... 우리가 축구를 사랑하는 이유는 본능적이기 때문이다. 공이 길거리를 굴러 들어오면 발로 찰 수밖에 없지 않은가. 우리가 축구를 사랑하는 이유는 사랑에 빠지는 이유와 같다. 피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149쪽).


라는 이유로 축구를 무척 사랑하는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브릿마리 또한 아이들을 사랑하게 되고, 아이들이 사랑하는 축구를 좋아하게 된다.


 

가끔은 내 현재 위치가 어딘지만 정확히 알고 있으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더라도 훨씬 수월하게 살아갈 수 있다(186쪽).


보르그 안에 그녀의 위치가 정해지면서 브릿마리는 비로소 자신으로 살 수 있게 된다. 처음으로 사람 친구도 생기고 스니커즈바를 즐겨 먹는 쥐 친구도 생긴다. 절대 아무도 모르게 미소 짓던 그녀(230쪽), 누군가의 존재감을 느껴본 지 오래된 사람답게 익숙해지려 노력한다(237쪽).



사실 그녀는 항상, 무언가가 시작되길 평생 기다려온 사람들이 그러듯 손마디가 하얘질 정도로 핸드백을 세게 움켜쥐며(244쪽) 살았다. 견과류 열매처럼 튼튼(352쪽)해서 병치레 한 번 없이 살아왔지만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잃은 언니의 그늘 아래서 마음 아프게 자랐고, 남편 켄트의 전처 자식 둘을 돌보며 자신이 내연의 여자 같다는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살았다.



하지만 보르그에서, 아직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과 아이들에 의해, 또 브릿마리 자신으로 인해 세상의 모든 것이 달라진다(380쪽).



궁둥이에 가시 돋은 것 같이 밉던 브릿마리가 어느새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눈부신 이야기,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촉촉해진 눈으로 추천해드립니다.



저는 프레드릭 배크만의 이전 소설 두 개를 챙겨봐야 할 것 같아요. 축구도 좀 재밌게 즐겨 볼 참이에요.



"축구는 인생을 끌고 가는 힘이 있죠. 늘 새로운 경기가 있으니까요.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니까요. 모든 게 더 좋아질 거라는 꿈도 있구요. 경이로운 스포츠에요." (431쪽)


 

라고 스벤이 말했거든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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