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해? 그럴 수 있어. 괜찮아. 뭐 어때.

상봉아, 우울해? - 침몰하는 애인을 태우고 우울의 바다를 건너는 하드캐리 일상툰
향용이 지음 / 애플북스 / 2025년 10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책 제목만 미리 썸네일을 만들어 함께 써뒀다가 책을 다 읽고난 후, 쓰고 싶은 말을 서평의 제목으로 쓰는데 울컥 눈물이 차오른다. 우울증...을 앓았어요. 그래서 병원에 다녔던 적이 있어요. 라는 말을 친한 이들 앞에서도 꺼내기가 쉽지 않았는데... 우울증이라는 단어 하나도 쉬이 쓰지 못해 마음 감기라는 식으로 에둘러 표현했던 날들이 있었는데... 이제는 뭐 어때. 이런 마음이 든다.

누가 봐도 몹시 든든했던 남자친구가 우울증 진단을 받고 5년을 침몰하는 배처럼 보냈는데 뭐든 쉬워 헤어짐도 별일 아닌 사람들처럼 이별하지 않고 가장주부라는 재미난 이름으로 스스로를 부르며 열심히 지낸 향용이 작가님 덕분이다.

왜 이런 일이 나에게, 또 그에게! 라는 생각이 들 수 있는데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니 이상하지 않고 그야말로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달까. 앓는 사람을 앞에 두고 왜 이기지 못하냐고, 왜 내가 곁에 있는데 낫지 못하냐고도 말하지 않기로 결심도 하게 됐다. 사건 사고가 넘쳐나는 시대에 원치 않는 도움과 관심에 되려 몸과 마음이 상할 수 있으니 말이다.

작가님께서는 당신의 이 기록들이 우울증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도 아니고 우울증을 앓는 중인 사람의 곁에 있는 이들을 위한 지침서도 아니라고 하셨다. 먼저 소중한 이와 우울의 바다를 건넌 당신의 5년이란 시간이 허송세월한 것 같아 억울했던 날도, 슬펐던 날도 많았지만 겨를이 있을 때마다 끼적인 글과 그림들을 보니 다 잃은 것 같아도 남은 것이 있고 찬란한 순간들이 있었다고... 그러니 너무 힘들어만 말고 우리도 다른 사람들처럼 매일을 살아내고 있구나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그래서 책을 내셨다고 쓰셨다. 그렇지만 작가님의 책은 작가님의 바람보다 더 큰 일을 할 것이 분명하다. 나도 향용이 작가님처럼 단단한 마음을 가진 다정한 방관자이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