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와 시인의 마음을 받아쓰며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필사 에세이
유희경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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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유희경 시인님께는 죄송한 이야기이지만 남자 분이신 줄 몰랐다. (반성하는 마음으로 시인님의 시집 한 권과 운영하신다는 시집 전문서점에서 추천하신 시집 두 권도 함께 상호대차를 신청하였다!) 오은 시인님은 어디선가 얼굴을 뵙고 좀 알은 체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세트에서도 오은 시인님 책에 더 끌려 밤에라도 착해지고 싶다! 하는 마음으로 두 권을 모두 받았다. 그런데 정말 밤에만 읽어야 할 기분이라 비교적 낮시간이 한가했던 지난주부터 유희경 시인님의 에세이 먼저 읽게 되었다.


시인의 에세이는 에세이의 형식을 가져도 문장 하나하나가, 낱낱의 단어까지도 시인다웠다. 내게도 시와 소설을 쓰고 싶었던 날들이 있었는데... <<천천히 와>> 를 읽으니 나는 기다리지 못해 그리 되지 못한 것 같다.

싱크대 위의 덜 익은 바나나를 보셨을 때는 웬일로 기다리지 않으시고 기어이 떫은 맛을 보셨지만... 우연히 일어난 일 속에서도 참 좋은 깨달음을, 내 마음에도 와닿게 써주셨다. 당신은 본래 매우, 매사에 느린 사람이라고 쓰셨다. 그런 느림을 들키지 않으려고 서두름으로 포장한 삶을 사신다고도 하셨다. 하여 “손은 빠른데 덜렁거려 실수가 잦다” 는 평가를 받으신다고 쓰셨는데 나쁘지 않은데? 라는 마음의 소리가 들려왔다. 당신이 혼자 있기를 즐기는 이유가 한껏 느려져도 되는 까닭이라 쓰신 부분에 이르러서는 나도 그랬구나! 싶었다.


성경 필사를 열심히 하신다는 시인님의 어머님께서 아들의 글을 함께 끼적여 주신 것도 좋았다. 혼자 있어야 편한 속도로 순간을 즐길 수 있지만 180도로 펼쳐져 광활하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사철제본의 비어진 부분들은 조금 무겁고 부담스럽게도 느껴지니까... 이 부분이 맘에 드셨구나.. 싶기도 하고 내게 주어진 페이지는 어느 부분일까 에세이를 읽으며 예상하며 읽으면 괜시리 즐거웠다.




에세이를 읽고 필사책을 쓰며 살다보면 내 인생도 후숙에 이르게 될까? 이렇게 멋진 글을 쓰시는 시인님도 당신이 덜 익어 싱크대 위 바나나처럼 풋내가 나고 떫은 맛이 난다 하셨으니... 시간이 좀 오래 걸릴지라도 그날이 오겠거니... 포기하지 않고 시인님이 가장 잘하신다는 기다림에 동참하면, 천천히 가면, 시인님께서 말씀하신 ‘우리’의 이야기로 나아갈 수 있겠지... 그러니 꼭 와. 천천히 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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