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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한데, 널 위한 게 아니야
유즈키 아사코 지음, 김진환 옮김 / 알토북스 / 2025년 5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오늘 같은 목요일에 일어났던 일입니다. 줌바 끝나고 언니, 동생들과 점심을 먹는데 한 언니가 저더러 줌바 강사를 해보는 것이 어떻냐고 하시는 겁니다. 어떤 사람은 저더러 춤바람이 났다고 할 정도로 신나는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드는 것이 즐겁기는 합니다만... 저는 이제 초1인 딸래미 좀 키워놓고 공부방 차려야지 생각 중이었는데 말이죠 ㅎ
그래서 “공부방 할 거에요!” 했더니 그 언니가 “줌바 강사해~ 안똑똑하게 생겼어!” 이러시는 거 있죠? 저는 안경 하나 믿고 평생을 지적으로 생긴 줄 알고 살았는데 말입니다. 길지 않은 단발을 히피펌으로 바꾼 까닭일까요 ㅎ 세 번을 연속해서 같은 소리를 하시는데 충격을 받았어요. 집에 와서 가족들에게도 물어봤다니까요.
이 이야기를 왜 꺼냈냐 물으신다면 제가 좋아하는 일본의 유즈키 아사코 작가님의 신간 <<미안한데, 널 위한 게 아니야>> 때문이라 말씀 드릴게요. 나오키상 아시죠? 일본 대중소설 작가에게 있어 가장 권위 있는 그 상을 탈 뻔한! 책입니다.

책에는 6개의 단편이 실려 있습니다. 여섯 개의 이야기 모두를 관통하는 한 문장을 쓰라고 한다면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대로 존재할 수 있다. 존재할 수 있어야만 한다. 랄까요?
<라멘 평론가 사절>에는 참 대단하신 분이 등장합니다. 라멘 애호가이자 평론가인 사하시 라유라는 사람이 그 사람인데요. 직함을 등에 업고 이 사람 저 사람 자기 입맛에 맞게 잘 팔고 다니다 퇴물이 되었습니다. 라멘이나 맛있게 씹으셨으면 좋았을텐데 말입니다. 거기서 끝나면 유즈키 아사코 작가님 책 아니잖아요 ㅎ 아까 말씀드린 이 사람 저 사람이 모두 힘을 모아 혼쭐을 내줍니다. 사이다를 한 잔 들이키고 나니 남은 다섯 이야기도 허겁지겁 읽고 싶어졌습니다.
라멘 평론가가 악의에서 출발한 오지라퍼였다면 <BAKESHOP MIREY'S> 에피소드에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소망으로 꿈만 꾸고 싶었던 미레이를 싸늘한 현실로 끌어올린 히데미는 나름 선한 의도로 그랬는지 몰라요. 미레이가 전혀 원하지 않았던 도움을 주었기에 비극이 되었지만요.
개인을 비추는가 싶었던 이야기는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어떤 모습이건 괜찮다고 긍정하는 듯 이어집니다. <트리아지 2020>은 코시국에 임신한 마스마 리코라는 여인의 이야기로 혼자 애를 낳고 키우기로 결심할 정도로, 또 그 결정에 대하여 헤어진 남자 친구와 고령의 부모님, 친구들, 직장동료들까지 모두 반대하지 않을 만큼 침착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임신 경험 있으신 분들은 다 아시잖아요? 쉽지 않습니다.
외롭고 두려운 상태인 리코 앞에 인터넷 친구 요코친의 모친께서 나타나십니다. 입덧으로 제대로 먹지 못하는 리코도 쉬이 먹을만한 간단한 요리법을 적은 메모와 재료들을 지참하시고요 ㅎ 제게도 요코친 어머님 같으신 어르신 한 분이 떠오르는데 ㅎ 지금도 제게 참 좋으신 분입니다. 남은 두...(실은 셋, 아기까지 헤아리면 넷...)사람의 이야기는 직접 읽어보세요 ㅎ
<파티오 8>은 미음(ㅁ) 자 형태로 된 안뜰에서 아이가 떠들어도 신경 쓰지 않아야 입주할 수 있는 맨션에서 갑도 아닌데 일하는 중이니 (무기한으로) 조용히 좀 해달라고 갑질을 한 101호 아저씨를 응징하는 내용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짜릿했던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상점가 마담 숍은 왜 망하지 않을까> 는 신비한 가게와 역시나 기이하여 설명이 어려운 마담의 이야기입니다.
계속 말씀드리지만 잘 살고 ~ 잘 있는 사람이든 가게든 개구리 장식물이든 귀찮게 참견하지 말고 그대로 두면 되는 겁니다. 신기한 상점 이야기와 심히 처절한 <스타 탄생> 속 인물들의 고군분투는 다 알려드리면 재미 없으니 또 읽으십셔!!! 작가님은 내 삶이 당신을 위한 것이 아니니 좀 신경 끄라고 제목을 정하신 것 같은데 책은 우리 독자들을 위한 것이 맞으니 함께 읽어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