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닐 손수건과 속살 노란 멜론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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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십 대를 사랑이란 이름으로 숨막히게 가득 채웠던 64년생 작가의 나이가 어느새 61세, 그녀의 작품 속 여인들도 나이를 먹었다. 성이 스와, 세이케, 세노인지라 출석부에 이름이 나란하여 쓰리 걸스라 불리며 대학 시절 친하게 지내던 리에, 다미코, 사키는 하여 이제 더이상 어리지 않다.

비교적 무난한(?) 결혼 생활을 유지 중인 사키를 예로 들면 첫째가 독립을 했다. 스물 셋이라는 둘째도 만난지 반 년밖에 안된 여자친구와 결혼을 하겠다며 강아지를 뇌물로 바치려하는 걸 보니... 남 일 같지 않은 이 기분... 뭘까... 시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시고 들여다보는 일도 사키의 차지인데 애 둘은 물론 남편까지도 사키가 돌보는 듯하여 울화가 치밀었다.




노화성 안질환인 백내장 수술이 필요할 정도의 노모와 살고 있는 다미코는 싱글이다. 제법 오래 사귄 모모치라는 사내와 이제는 그저 담백한 친구일 뿐인 그녀는 조용히 글을 쓰며 작가로 산다. 듣기를 참 잘하는 그녀는 시끌벅적하고 소란함 그 자체인 리에의 삶도, 사키의 일반적인 여인의 삶도 궁금은 하지만 딱히 부러워하지 않는다. 그래서 세 사람의 위태하게도 보이는 우정이 유지될 수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ㅎ

커리어 우먼으로 잘 나가는 듯 보이는, 또 육감적이라 묘사 되는 리에는 (내가 박력이 부족한 인생이라) 좀..이 아니고 많이 싫었다. 자의식 과잉이 분명한 리에의 자기애와 사랑을 놓지 않는 태도는 <여자는 늙어 죽을 때까지 소녀다>하는 이야기를 떠올리게 했다. 정면으로 찍히지 않은 시선을 살짝 내린, 언젠가부터 업데이트 되지 않아 그대로인 듯 보이고 절대 늙지 않을 에쿠니 가오리 작가의 프로필 사진도 함께 생각이 났다.





다양한 연령의 인물들을 만날 수 있었다. 작가는 작품 속에서 그 모두의 삶을 살아낼 수 있었던 것 같아 부럽다. 여장을 하지만 여자친구인 아이리가 많이 좋은 미성년자 사쿠(리에의 조카)의 감정선이 흥미로웠고 아이리도 걸크러쉬 느낌이라 출연 분량이 많지 않았지만 사랑스러웠다. 결혼까지 생각했던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에야 자신의 인생이 너무 한 부분에만 국한되어 있었음을 깨달은 마도카(죽은 다미코 절친의 딸)의 변화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빼놓을 수 없는 노년의 가오루(다미코의 모친)의 삶도... 머지않아 작가에게 먼저, 또 나에게도 다가올 것이라 집중하여 읽었다.




존경하는 어떤 분께서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 중 가장 좋았다고 기록하신 걸 보았는데 나는 더 좋은 작품이 나올 것이라 기대하겠다는 말로 글을 맺고 싶다. 에쿠니 가오리 작가는 늘 그런 기대감을 주는 사람이다. 소담출판사도 그래서 덩달아 좋다. 내 연배의 무수한 문학소녀...들이여 함께 읽자.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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