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울 슈퍼 이야기 걷는사람 에세이 21
황종권 지음 / 걷는사람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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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 하나에 울고 웃던 8090 추억 소환장! 이란 제목 아래 작은 글씨에 걸맞게 8n년생 나의 마음도 어느새 계단을 한참 올라가야 닿을 수 있었던 꼭대기집으로 데려다주는 에세이였다.

산동네 바로 아래였던 터라 노아의 홍수 같은 재해가 터져도 절대 잠기지 않을 거라고 아부지께서 늘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야기하셨던 바로 그집. 작가님의 방울 슈퍼는 하나 뿐인 동네의 성지였지만 우리 동네에는 슈퍼-그것들도 고래 느낌 아니고 고등어 느낌이다!-가 찰싹 붙어 두 개씩 두 쌍! 무려 네 곳이나 있었다.

골라 먹는 재미가 있는 느낌으로 엄마가 고춧가루와 새우젓, 마늘 등등을 스댕(!) 그릇에 넣어주시며 갈아오라고 심부름을 시키시면 왼쪽 끝에 있는 1번 가게를 갔고 과일이나 유제품을 살 때는 슈퍼 주인들 중 가장 친절하셨던 아주머니의 3번 가게를, 4번 슈퍼 앞에는 뽑기 기계가 있어서 구경을 많이 했다. 옆집 친구가 10원이었나 50원짜리였나… 작은 동전에 절연테이프를 감아 100원 두께만큼 변신시켜 뽑기에 성공해서 부러웠던 것도 생각이 난다.

그리고… 동네 통장이셨더랬나… 제일 번듯해보이는 집을 가게 뒷편에 가지고 계셨던 2번 슈퍼에 과자가 상자에 가득한 나머지 한 번씩 떨어져 어린 가슴을 격하게 뛰게 했던 기억이 난다. 정직하게 “떨어져 있어요!” 했던 것은 한 번 뿐이었는지도 ㅎ

친구인 줄 알았는데 나보다 두 살 아래! 내 동생이랑 동갑인 황종권 작가님의 본업은 시인이시란다. 그래서 그런지 재밌고 유쾌한 슈퍼 이야기 중간중간 시 같은 구절이 섞여있어 자꾸 맘이 울렸다. 에세이는 슉 읽어야 제 맛인데 왕년에 시 좀 쓰고 읊던 문학도는 자꾸 멈칫거리게 되고 조금은 울적해졌다.

시인 한 사람은 당연하고 그가 만난 여러 사람들의 삶이 담겨있어 묵직한 까닭이었다. 방울 슈퍼의 히로인, 시인의 어머님만 글로 뵈어도… 친정에 가고 싶어지고… 모자란 어미인 나의 위치가 두 여사님들처럼 고운 향기 나는 자리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 괴로워졌고 말이다. 하지만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넘치면 또 넘치는 대로 살아내고 사랑해야하는 우리네 인생일테니 8090 그대들에게도 일독을 권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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