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모퉁이 카페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권지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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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나에게도 마성의 손길을 뻗쳐오는 사강의 단편집을 만났다. 혹자는 19개의 이별이 담겨있다고 이 <<길모퉁이 카페>>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이별이라고 뭉뚱그리기엔 좀 아쉽고 “재앙” 같은 무언가가 담긴 이야기들이라고 쓰면 좀 더 납득이 갈 것 같다.


시한부 선고를 비롯한 모든 죽음-자신의 것이든, 옆사람의 것이든-은 물론이요, 잃어버린 사랑, 젊음, 흘러가버린 시간 같은 것들은 어찌할 도리가 없이 재앙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삶에는 희망이란 것이 못생긴 강아지의 모습과 헤로인 주사 같은 것으로 존재한다. 사강 여사의 세상에서는 일반적인 것이랄까 평범한 것이랄까도 없이 비틀린 것 투성이니 희망이란 귀한 것을 마약과 동일 선상에 두었다고 욕하지 마시길. 내 말하지 않았든가. 문학이란 미명 하에 그녀는 늘 무죄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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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게 삶이 재앙의 연속 같은 것이었을까. 그녀의 이야기 속에서 마주치게 되는 재앙들은 다소 충격적이나 가끔은 끝난 줄 알았던 사랑이 다시 미소지으며 다가오기도 하는 등 맑고 밝은 종말을 맞이하기도 한다. 우리네 삶도 이와 비슷하지 않은가. 기쁨이나 사랑 같은 것들로 매순간 충만하기는 어렵고 고통의 바다 위를 표류하는 것처럼 살다가 무인도를 만나 잠깐 곤한 몸을 쉬게 할 수 있다면 감사한 일이니 말이다. 죽음마저 친구처럼 슬리퍼를 신고 찾아오는 느낌이라 우리는 어떤 사건, 사고라도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그런 초연함을 연습하게 해주는 사강의 소설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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