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후, 일 년 후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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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문단의 매혹적인 작은 악마, 프랑수아즈 사강을 <<한 달 후, 일 년 후 Dans un mois, dans un an>> 로 처음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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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들의 말로 막장 드라마 같았던 소설, <<한 달 후, 일 년 후>>의 주요 인물들 중 하나였던 베르나르의 입을 빌어 작가는 말한다. 사랑이란, 또 사람의 일이란 어떤 의미를 부여하려 했다가는 미쳐버릴 수 있으니 주의하라고 말이다. 조심한다고 피할 수 있을지는 모를 일이지만 … <<한 달 후, 일 년 후>> 의 인물들은 모두 실패한 것처럼 보인다.


쿠미코(일본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여주인공)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부유하고 아름다운 스물 다섯 조제 이야기부터 해볼까. 그녀가 현재 만나는 남자는 연하의 의대생 자크이지만 그녀 자신과 지나치게 닮았고, 자신이 애착을 느끼기에는 너무 불안정한(39쪽) 유부남 베르나르와도 모호한 관계이다. 조제는 사강을 닮았다. 부유함도, 아름다움도 모든 것을 다 가진 것 같지만 중요한 어느 부분인가를 잃어버린 듯 위태로운 모습으로 휘청이는 것이 그렇다. 사랑을 수단으로 생을 체감하려하지만 자크는 그녀를 이해하지 못한다.


소설을 한 권 출판하긴 했지만 여전히 시원찮고 하찮은 글쓰기로 밥벌이를 희망하는 베르나르는 아내인 니콜의 사랑이 마뜩잖다. 조제를 원하고 원하지만 그녀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의 아내인 니콜은… 자신의 슬픔에서 끌어낸 남편의 상냥함과 고요함(170쪽)이면 그만인 안타까운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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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보다 여배우로 성공하는 것이 중요했던 베아트리스는 그저 알랭, 에두아르 두 말리그라스의 찬미와 알랭의 아내인 파니 말리그라스의 시샘을 받는 그릇처럼 보인다. 세 명의 말리그라스가 그녀를 닳도록 바라보는 것은 그녀에게 아무 의미가 없었다. 사랑이면 빚더미 위도 기꺼웠던 에두아르는 베아트리스를 사랑하다 그 마음이 깨어진 후에야 조금 자랐는지도…


오십대가 되어 허울 뿐인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소설 속 모든 남녀들에게 만남의 장인 월요살롱의 주최자들인 말리그라스 부부의 한 달은, 또 일 년은 어떤가. 시간이 흐를수록 빛을 잃어가고 바스러질 뿐이다.  


이 아홉 남녀 사이의 일에 뭐라 덧붙일 수 있을까. 그저 사람이, 사랑이, 삶이 그렇지… 이렇게 씁쓸함에도 내려놓을 수 없는 것이지… 탄식할 수 밖에…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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