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하는 마음 - 아일랜드 스타 셰프 오코넬 할아버지의 레시피 노트
로리 오코넬 지음, 박은영 옮김 / 니들북 / 2022년 2월
평점 :
절판


 



밤이다. 양심 없는 위장이 또 소리를 낸다. 물을 한 컵 따라 마신 후, 로리 오코넬 할아버지의 요리 사진은 한 장도 없는-대신 할아버지가 직접 그리신 어여쁜 드로잉은 가득하다!-레시피북을 꺼냈다. 그런데 아뿔싸! 낯설기 만한 식재료들이 가득이라 초록창에 검색하며 보노라니 품이 들어 그런가 더욱 배가 고파진다. 아, 괴롭다!


책이 처음 내 손에 들어오던 날, 책을 먼저 들춰 본 남의 편이 실망한 기색을 숨길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말했다. “해먹을 수 있는 요리가 아닌데?” 벌써 11년째 같이 살고 있으면서 자기 와이프를 이렇게도 파악하지 못하고 헛된 기대를 하다니… 안타까울 노릇이다.  남의 편이 실망을 하든 말든 나는 수시로 50년 이상 요리를 하셨다는 오코넬 할아버지의 글솜씨에, 그림솜씨에, 아마 셰프님만큼 살아도 먹어볼 일이 많지 않을 것 같은 식재료로 만드신 요리솜씨에 눈과 가슴으로 감탄하고 침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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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이란 장소에서 깊은 만족을 느끼시는 터라 요리할 때마다 삶을 더욱 긍정하게 된다시는 오코넬 셰프님은 새로운 제철 재료를 만날 때마다 ‘다음 해에도 똑같이 즐겁게 다시 만날 수 있기를’ 하고 소원을 비신단다. 자연이 주는 여러 것들을 나는 셰프님처럼 감사하고 소중히 여긴 적이 있었나 싶어 반성이 됐다.


무화과 잎 판나코타가 나오는 부분에서는 충격을 받았다. 결혼 전 가장 오래 살았던 주택엔 무화과 나무가 두 그루나 있었다! 무화과 열매만 풍뎅이, 지네들이랑 싸워가며 나눠먹었지 잎을 먹을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는데 셰프님 말씀하시길 완전히 바삭하게 말리면 이국적인 코코넛 풍미를 요리에 더할 수 있게 된단다. 절임도 가능하다니 놀랄 수밖에…


책을 덮을 때까지 셰프님의 일상을 가득 채운 식재료들과 요리의 이름은 하나하나 자세히 들여다보아도 새로운 세계의 언어인 양, 마법 주문인 양 신비롭기만 했다. 요리를 하라고 쓰신 책일텐데 도전하고 싶은 마음은 크게 들지 않아 조금 죄송스럽기도 했지만 내 상상보다는 많이 날씬하신 셰프님이- 어린 시절 이야기 등이 레시피 중간중간 Essay라고 쓰여 함께 실려있는데 야생 헤이즐넛을 주우러 간 그 자리에서 까먹는 성급한 먹보셨다길래 산타클로스 같으실 줄 알았다! -  “그럴 수도 있지~” 하고 큰 접시 들고 웃어주실 것 같아 마음까지 무겁지는 않았다. 기회가 된다면 코로나랑 안녕하고 셰프님 요리를 실제로 먹어보고 싶다. 아일랜드로 가면 되려나? 전세계가 앓고 있는 이 시절에 강건하시기를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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