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트렁크 팬티를 입는다 - 까탈스런 소설가의 탈코르셋 실천기 삐(BB) 시리즈
최정화 지음 / 니들북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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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면 좋을까. 나는 어설픈 페미니스트다. 똑똑하고 멋진, 그야말로 단단한 페미니스트 작가님들의 책을 즐겨 읽고, 그분들의 인스타를 훔쳐보며 일목요연한 논지에 무릎을 치고 어쭙잖게, 내키는 대로 흉내를 내는 중이라고나 할까.

최정화 작가님의 에세이 <<나는 트렁크 팬티를 입는다>>를 읽었더니 또 스승님-반기지 않으실 것 같은 호칭이지만-으로 모셔야 할 분 같으시다. 페북에 브래지어를 하지 않고 반팔 티셔츠를 입은 당신의 사진과 한쪽 가슴을 날것(?) 그대로 노출한 석가모니의 사진을 함께 올리는 식으로 ‘석가모니도 유두가 있는데 왜 여자는 안 되나요?’ 캠페인을 벌이신 것도 짱이고 다른 사람들에 비해 조금 더 길고 조금 더 굵은 정도인 이곳저곳의 털들을 조금 다듬거나 가끔은 내버려두는 등 무심하게 대할 수 있는 경지에 다다르신 것도 멋졌다. 화장도 하지 않으셔서 거친 얼굴의 소유자가 되었지만 트렁크 팬티 등의 편안함을 추구한 까닭에 좀 더 자유롭고 밝은 빛깔의 몸을 얻으셨다는 것도 부러웠다.

어중간하게 여러 것을 배우고 시도 중인 나는 스스로는 물론 지구도 좀 돌보고 싶어서 주방세제도, 욕실에서 쓰는 여러가지도 아이들 것까지 다 비누로 바꿨다. 두피가 예민하고 약한 김에 염색도 그만하기로 마음먹고 짧게 잘랐다. 귀찮은 화장도 때려치웠다. 그런데 아프기도 했던 어느날 지인의 “늙어 보인다”는 말에 버럭했다. 그 말을 또 제법 오래 마음에 담아뒀지만 시간이 좀 지나니... 최정화 작가님처럼 예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경지에서 비롯된 마음은 아니지만 ‘늙어 보일 수도 있지, 뭐 어때’ 이런 마음으로 털어버릴 수 있었다.

차츰 더 단단해질 나를 꿈꾸게 된다. 아름다움보다 자연스러움에 맞춰 점점 편해질 그날을 기다린다. 그런 기대에 딱 맞는 책이었다. 좀 더 자유롭고 싶은 그대들에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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