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많이 찍고 이름을 많이 불러줘 - 팬데믹 코로나 시대 거리는 멀지만 마음만은 가까이
김엄지 외 지음 / B_공장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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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어린이집에 가고 싶다고 통곡하던 아들은 9시가 한참 지나 일어났다. 부은 눈을 보니 맘이 덩달아 좋지 않았지만 내색하지 않고 아침 메뉴를 골라보라고 밝은 목소리로 물었다. 두찌는 오빠와 엄마가 함께 있으니 마냥 기분이 좋다.

 

어찌어찌 아침을 해결하고나니 설거지며 이런저런 집안일이 노려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지만 두 녀석의 넘치는 에너지를 조금은 해소해두어야 오후가 편하기에 과학놀이 키트도 꺼내 실험을 하고, 대파와 브로콜리 등을 그리며 잠깐 놀았다. 체감하기엔 엄청난 시간이 흐른 것 같았는데 점심 때도 오지 않았다... 아이들은 받아둔 수돗물이 덥혀지기도 전에 물놀이가 하고 싶다고 징징대기 시작했다.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허락했다. 점심 준비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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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준 3단계(2.5단계)로 상향되면서 아이 둘을 계속 돌봐야만 했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자식들이 원수처럼 느껴지는 심경의 변화는 너무나도... 순식간에 찾아왔다. 하루에도 천국과 지옥을 오고 가며 바닥을 친 어느날은 애들을 재워놓고 차고 넘치는 우울함을 주체하지 못해 울고 또 울었다.

 

 

 

 

그러다 꽉 막힌 속을 뚫어줄 것 같고 주저앉은 내 등을 토닥이는 것 같은 제목의 책을 한 권 만났으니 <<사진을 많이 찍고 이름을 많이 불러줘>> 였다. 팬데믹 코로나 시대를 예외 없이 살아가는 중인 김안, 김엄지, 김유담, 김진규, 김혜나, 손보미, 신동옥, 이병국, 임성순, 장은아, 정무늬, 최미래, 최지인 작가 군단의 다양한 시선들이 여러 모양으로 담긴 책이었다.

 

맘을 울리고 동요하게 만드는 이야기들이 가득했지만 손보미 작가의 책 제목과 동일한 제목의 이야기가 가장 크게 다가왔다. 신부전을 앓고 있는 고양이를 돌보게 되면서 선택의 여지가 없는, 어쩔 수 없는 상황들을 (눈물은 많이 흘렸지만)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작가의 모습을 보며...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거라는 이 시대를, 이 상황에 놓인 지금의 처지를 나 역시 인정하고...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아픈 고양이와도 많은 추억을 쌓아야하는 거라면 자라나는 아이들, 소중한 내 사람들과의 마음 교류는 더욱 소홀히 해서는 안될 일이다. 정말 핸드폰 사진첩을 열어보니 아이들의 사진이 몇 장 없다. 같은 모습으로 자는 뒷모습이라도 우선은 찍어두고 내일은 좀 더 많이, 지금을 기억할 수 있게 찍어야겠다. 야단은 덜 치고 다정함은 조금 더해 이름도 많이 불러줘야지... 지나간 날보다 더 따뜻한 하루를 기대하고 소망하며 글을 맺는다.

 

•••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닿기 마련이다. 몸과 마음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애쓰는 것. 사랑은 그렇게 또 발명되는 것이다. 몸이 닿을 수 없기에, 서로 간에 언어가 더 많아져야 한다. 몸이 닿지 않을 때 우리가 쓸 수 있는 것은 언어다(85쪽). <코로나 시대의 하루 일기, 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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