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머물다 밖으로 나가고 싶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6월
평점 :
절판


 

 

대학에 다닐 때부터 지금까지 몹시도 사랑하는 그녀, 그녀가 쓰는 모든 문장이 내 것으로 체화되었으면 싶어 싸이월드(!) 게시판에 옮겨적었던 날들이 있었다. 2020년 다시 만난 그녀는 여전히 멋스럽고 반짝거리며 귀엽기까지 하다. 두 시간씩 목욕을 하고 과일을 주식처럼 먹고 책과 비눗방울을 휴대하고 다닌다는 그녀, 대한민국 여인들을 예나 지금이나 울리고 웃게 만드는 대단한 여자, 에쿠니 가오리의 읽고 쓰는 일을 둘러싼 에세이 모음집 <<한동안 머물다 밖으로 나가고 싶다>>에 대해 오늘은 이야기하려고 한다.

 

책은 쓰기 / 읽기 / 그 주변 이렇게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쓰기는 아주 조금 시간을 멈춰놓고, 머물게 할 수 없는 것을 머물게 하려고, 혼자서 모험하는(54쪽) 작가의 이야기로 내가 아직 닿지 못한, 아마 죽기까지 다다르지 못할 경지에 이른 이의 감상인지라 쉬이 읽지 못하고 공감하지 못하였으나 나쓰메 소세키의 유명한 작품들이 따분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권하는 <<우미인초>>를 비롯한 여러 읽을거리들에 대한 추천은 그녀의 소설을 비롯한 모든 글을 사랑하는 이들을 홀리기에 충분했다. 다만 한국에서는 번역되지 않은 작품들이 많아 아쉬웠고 에쿠니 가오리의 보물 같은 책이라면 소담출판사에서 나와줘도 좋지 않을까 생각을 해봤다(웃음).

 

그 주변에 관해서라면 일본에 가고 싶어졌다. 그녀가 궁금해서라도 간절히... 그녀를 멀리에서나마 훔쳐보고 싶어졌고 말이다. 위험한 발언인가도 싶지만 어디까지나 팬심에서 비롯된 염원이다. 마지막으로 ...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곳으로 떠나는 일이고, 떠나고 나면 현실은 비어 버립니다. 누군가가 현실을 비우면서까지 찾아와 한동안 머물면서, 바깥으로 나가고 싶지 않게 되는 책을, 나도 쓰고 싶다고 생각합니다(129쪽). 라고 말한 그녀에게 당신이 이미 오래전부터 나를 그렇게 만들지 않았냐고 반문하며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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