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읽는 순간 - 2022 어린이도서연구회 추천도서 푸른도서관 83
진희 지음 / 푸른책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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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서울 ㅇㅇ동의 한 모텔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현재 화재는 거의 진압되었으나, 화재 사실을 모른 채 잠들어 있던 사람들이 많아 인명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상자들 가운데에는 장기 투숙 중인 중학생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154쪽).

연아의 이야기

영서에요? 영서가 왜 저기 있어요? 거짓말하지 마세요. 영서는 이모네 가서 잘 살고 있을 거란 말이에요. 있는 줄도 몰랐던 사촌이었지만 동갑이니 금세 친해져서.. 우리 이제 친하단 말이에요. 영서가 놔두고 간 노트,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작은 순간을 기록해왔다는 그 까만 노트... 제가 쓴 것도 보여줘야 하는데... 영서가 ... 아닐 거에요....

영서 이모의 이야기

다 제 잘못이에요... 자존심 따위 제 주제에 내세우면 안되는 거였는데... 어린 것 마음 조금 구겨지고 불편해도 30평짜리 고모네 그 번듯한 아파트에서 지내게 이를 악물었어야 했는데... 빛도 안들어오는, 좁아터진 반지하 원룸으로 애를 데려오는 것이 아니었는데... 어린 것이 엄마 기다린다고 졸업 때까지만.. 3개월만 혼자 지내게 해달라고 했을 때 신랑이 반대해도 같이 시골로 데리고 내려갔어야 했는데... 남편이란 작자가 방 보증금 빼서 애가 갈 곳 없어진 줄만 미리 알았어도 이 사달이 안났을텐데...

진교의 이야기

제가 영서에게 뭣도 아니긴 한데... 그래도 편의점 알바 자리 놓고 실랑이하느라 몇 번 봤고... 어쩌다보니 오빠, 동생하며 배고픈 것 같으면 라면도 사주고... 괜히 안타깝기도 해서요... 제가 마음 쓰고 있었거든요... 포털에 연재 중인 웹툰도 영서가 모델인데... 암튼... 원룸 집주인 할머니께서는 말씀하시길 대전 고모네로 갔다고 했는데... 정말 영서가 언젠가 말한 파라다이스가... 모텔이었던 거에요? 뉴스에 지금 나오고 있는 저 모텔요?!?

사서 선생님(손정애) 이야기

도서관에서 몰래 숨어 지낼 작정인 것 같았던 영서를... 내버려둘 수가 없었어요. 딸인 유리와 학교, 학년까지 같아서 그랬을까요. 밥 한 끼 챙겨먹이고 싶었고.. 잠깐이나마 따뜻하게 해주고 싶었던 건데... 평소보다 일찍 집에 온 딸이 영서에게 그렇게 모진 말을 할 줄 몰랐어요. 그게 영서와의 마지막 기억이 될 줄도 몰랐고요... 아이가 모텔로 들어가는 것도 봤지만... 지갑 속을 털어 방값 보태주는 것이 고작이었어요... 저도 제 자식... 홀몸으로 돌보고 있어서.. 제 새끼 돌아보기 바빴어요.... 아.. 맘이 너무 아프네요....

김소란 학생의 이야기

저희 부모님 이혼하신다는 걸 알게 된 날... 그날 딱 한 번 영서랑 놀았어요. 재수없게 떨어져나간 단추가 불운이라도 가져온 것 같아서 그 불길한 기운이 단추를 달아준다며 가져가는 영서에게 옮아가길 잠시나마 빌었어요. 그래서 그렇게 된 걸까요... 하지만 영서는 이미 불행 그 자체였는 걸요... 엄마가 영서를 모텔에 내버려두고 도망쳐버렸다면서요? 영서가 그랬어요. 더 안전하고, 환한 곳, 좀 더 따뜻한 곳에서 지내면 엄마가 맘이 덜 아프고 자기 걱정이 안되서 영영 안돌아올 것 같다고요. 그래서 위험하지만 어둡고 추운 모텔에서 지내는 거라고요. 편의점 오빠랑 시시덕거리길래 짜증나서 마지막엔 저도 좀 재수없게 굴고 헤어졌지만... 설마.. 죽은 건 아니죠?!? 아, 왜 눈물이 나죠...

독자 콰과과광의 이야기

세상의 많은 영서들에게 작가님이 건네고 싶으셨다는 말씀들이 쓰여진 소개글에 자꾸 맘이 쓰였습니다. 이제 어린 나이가 아님에도 여전히 제 맘도 누군가에게 읽혔으면 싶고 주변의 무수한 영서들, 소중한 이들의 마음 또한 그들을 잃기 전에 읽을 수 있었으면 싶어서 읽게 되었습니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엄마 마음으로, 이모나 고모의 마음으로 읽히더군요. 어리지만 어린 맘을 내보일 수 없었던 소녀의 이야기는 아프고 슬펐습니다. 저도 안아주고 싶어졌어요. 모든 영서들을 토닥이고 싶어졌어요. 모두에게 따뜻한 봄이 오길 바랍니다...

 

 

... 귀찮아도 함부로 지워 버리지 않는 것. 눈에 보이지 않아도 금세 잊어버리지 않는 것. 잊지 않게 자꾸만 생각하는 것. 중요한 건 그런 일들이 아닐까, (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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