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 출간 70주년 기념 갈리마르 에디션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정장진 옮김 / 문예출판사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유명한 구절은 살아온 세월이 있어 익히 들어왔던 터라 모르지 않았으나 어린 시절 실제로 읽었는가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중학생 혹은 고등학생이었던, 스스로를 문학소녀라 칭하던 나는 어린 왕자가 맘에 들지 않았던 것 같다. 어리고 어리석은 마음에 어린 아이를 위한 글처럼 느껴졌을 수도 있고, 마냥 어려워서 덮어버렸을 것도 같다는 생각이 이제야 든다. 그런 내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탄생 120주년이 되는 2020년에 드디어 일곱 살이 된 아들과 어린 왕자를 끝까지 소리 내어 읽었다.

출간 70주년 기념으로 나왔다는 어여쁜 표지의 책-프랑스 갈리마르출판사에서 출간한 <<어린 왕자의 아름다운 역사 La Belle Histoire Du Petit Prince>>를 번역한-에서 처음 만난 생텍쥐페리는 스스로를 언제까지고 (어디에서건) 비켜나 있는 사람이라고 <<어린 왕자>> 초고에 쓴 대로 어느 사진에서건 카메라를 든 사람 너머를 응시하고 있었고 어린 왕자가 몸을 버리고 가벼이 별에 돌아갔던 것처럼 실체랄까 본질 같은 것들은 다른 곳에 둔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진실하게 모든 것을 쏟아놓을 수 있었던 영역 중 하나는 그의 작품 세계가 아니었을까 감히 추측해본다. 글 뿐 아니라 그림 하나를 그려 넣을 때도 어떤 크기로, 색을 어찌 넣을지, 글을 같이 넣을지 말지... 시간을 아끼지 않고 고민하고 정성을 기울였다는 것을 이야기의 앞, 뒤로 더해진 그림과 생텍쥐페리 지인들의 글로 알게 되었다. 낙서에 가까운 스케치나 데생들까지 어찌나 아름다운지...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이야기에 관해서라면... 남녀노소가 함께 즐길 수 있게 쓰여진 <<어린 왕자>>를 아이인 아들과 읽어서인지 어른 편에 선 나는 자꾸 부끄러워졌다. 작가는 과거에 나 역시 어린이였기에 미워하지 않았으며 독자란 위치에서 제외할 생각도 전혀 하지 않았겠지만 보아뱀을 모자로만 보는, 미래의 생텍쥐페리가 될 수 있을 꿈나무들에게 크고 작은 상실감을 안겨주는 것을 개의치 않는 그런 류의 어른이 되어버려서였다.

왕의 오만함, 허영심 많은 사람의 자기애, 술꾼의 부끄러움, 사업가의 소유욕, 가로등 켜는 사람의 분주함, 지리학자의 안일함 또한 어린 왕자와 그이보다 더 어린 아들에게는 이상하고 재미있는 요소였을지 모르나 내게는... 어른들이 그렇지, 나 역시 그렇지... 하는 자기반성으로 이어지고 마는 것이었다.

다시 읽으면 또 다른 마음을 안길 것 같은 <<어린 왕자>>, 새해가 올 때마다 아이들과 읽어볼까 싶다. 어린 왕자가 자기 별로 돌아가지 못한 것 같다고 이야기하던 아들도 내년에는 다른 감상을 내놓을지 모를 노릇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