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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아람 생활만화
송아람 지음 / 북레시피 / 2019년 12월
평점 :

송아람 작가님의 만화는 웹툰작가 탐이부님 만화를 보다 추천해주셔서 처음 봤었더랬다. 정식 플랫폼도 아닌 블로그 같은 공간에 올리시던 것이었는데 그것이 작가님의 첫 책 <<자꾸 생각나>>였다. 현실 내음 물씬나게 질척거리는 인물들의 모습에 끝을 보지못하고 훔쳐보기를 그만뒀는데 두 번째 작품 <<두 여자 이야기>>는 <<며느라기>>로 유명(!)하신 수신지 작가님 인스타에서 <<걸크러시>> 페넬로프 바지외 님과 송아람 작가님이 함께 북토크하셨다는 이야기를 보고 주문해서 봤다.
대한민국의 아내, 엄마, 며느리, 딸로 살아가기가 녹록치 않다는 것을 치열하고 처연하게, <<자꾸 생각나>> 보다는 짧은 호흡으로 그려놓으셔서 잘 읽고 최애 작품 꽂아두는 책장에 뒀다. 나도 모르게 팬이 된 느낌적인 느낌으로 북레시피에서 이번에 나온 신간 <<송아람 생활 만화>>도 스르륵 집어 읽었는데 <<두 여자 이야기>> 덕분에 2018 앙굴렘 만화축제에 다녀오신 이야기도 다뤄져 있어서 재밌게 볼 수 있었다.
<<송아람 생활 만화>>, 줄여서 "송생만" 은 전작들에 비해 지극히 가볍게 보인다. 짤방 속 고양이처럼 이미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는 상태이지만 더욱 격렬하게 게으르고 싶은 듯 보이는 그녀는 해야하는 일은 안하고 와인에 취해 춤추기를 즐긴다.
주부이자 아내, 엄마이자 만화가인 그녀는 할 일이 얼마나 많을까. 송아람 작가보다 한 가지 일을 덜 하는 나도 이렇게 피곤하고 맨날 쉬고 싶은데... 그래서 더욱 공감이 가고 송작가님을 비롯한 모든 생활에 찌든 이들을 위로하고 싶어졌다. 물론 책 자체가 주는 재미와 위로가 커서 생겨난 마음이다.
송아람 작가가 그녀를 일컫는 말 그대로, 작가이자 만화가이기에 송생만 책은 빛이 나고 맛있다. 그저 평범한 일상이라지만 슬렁슬렁(!) 그려놓았어도 보고 있으면 좋다. 여행지에서도 스케치하기는 게을리하지 않는 뼛 속까지 작가인 그녀 덕분에 라오스, 미국, 파리들을 눈으로나마 구경하고 여행할 기회를 얻었다. 괜시리 실력도 없으면서 그림이 그리고 싶어지기까지 했다!
이면지와 망친 원고 한구석에 스트레스 해소 차원으로 그린 이 그림들이 독자들을 웃게 해주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는 소박한 작가의 소망처럼 나는 읽는 내내 행복했다. 연말이라 마음 복잡한 이들에게 자그마한 쉼을 허락할 송아람 생활 만화를 기쁘게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