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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좋음을 내일로 미루지 않겠습니다 -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하기 위해'
오지혜 지음 / 인디고(글담) / 2019년 11월
평점 :

환생 따위 믿지 않으니 다른 사람이 될 수는 없을테고 나는 늙어 죽을 때까지 찌질이일 것 같았던 날들이 있었다. 왜 그랬을까. 우선은 남의 장점과 나의 단점을 비교하는 습관 때문이었던 것 같고... 딱히 내가 나의 마음에도 차지 않고 부족한 듯 보여서 그랬던 것 같다.
지금이라고 상황이 크게 달라진 것 같지는 않으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둘이나 낳고나니 웬만한 일은 다 겪어본 것 같아 체념도 되고 큰 욕심도, 기대도 없어 조금 살 만하다. 아이 둘의 미래를 생각하면 극성스러워지는 구석이 있지만 말이다.
나는 곧 마흔이 되는 나이가 되어서야 아주 조금 내려놓게 되었는데 <<오늘의 좋음을 내일로 미루지 않겠습니다>> 라고 세상에 당당히 출사표를 던진 오지혜 작가는 어린데도- 겨우 네 살 차이라 이렇게 적는 것이 우습지만 - 삶의 이치를 깨달은 것 같아 배가 아팠다. 자발적 백수의 길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간 것이 5년 전이라는 것도 부럽고, 초보 창작자라고 자신을 일컫는 것도 부럽고... 무척이나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아들과 딸이지만 온 가족이 감기를 앓는 중이라 두 녀석과 격하게 지지고 볶은 후인지라 남편과 아직 둘만 사는 것도 ... 아, 또 몹쓸 비교하기 중인가!!!
만화만 담긴 에세이인 줄 알고 가벼운 맘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곳곳에서 허를 찔렸다. 책에 실린 36편의 이야기마다 예민한 작가가 "예민하다"의 사전적 정의처럼 삶을 충분히 느끼고 일상을 분석, 판단함에 탁월한 자신의 능력을 글에 아끼지 않고 쏟아부었기 때문일 것이다. 4컷 그림으로 말할 것 같으면 작가가 동경하고, 내가 사랑하는 작가, 마스다 미리의 느낌을 받았다고 하면 감이 오시려나.
작가의 충고를 따라 살기로 작정했다! 임신했을 때를 제외하고 과거의 어느 날보다 묵직한 상태지만 손수 만든 등갈비를 야무지게 뜯고 또 뜯었다. 뚱뚱하면 좀 어떤가, 건강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맛있게 먹는 법을 장남매에게 가르쳐주리라. 오늘의 즐거움은 치열한 오늘을 살아낸 나의 것이니까. 누구도 순간의 기쁨과 여유를 포기하지 않길 바라며 글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