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카 에프 그래픽 컬렉션
닉 아바지스 지음, 원지인 옮김 / F(에프)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래픽노블을 좋아하는 까닭에 주저함 없이 집어든 에프(f)의 신간 <<라이카>>는 거친 그림체와 많은 글자들로 독서 초반, 나를 힘겹게 했다. 하지만 마지막 장을 넘겼을 때 나를 오열하게 만든 것은 다른 종류의 어려움이었으니... 그저 작고 어린 사람 친구 하나면 만족했을 쿠드랴프카에게 어떤 개도 원치 않았을 "우주견"의 칭호와 더불어 라이카란 이름을 하사한 대단한 사람들의 패악 때문이었다.

 

 

 

 

모스크바의 거리를 떠돌던 라이카는 미국과 소련의 미련한 우주경쟁에 희생되었다. 작고 여린 몸으로 건장한 성인 남성들도 견디기 힘든 훈련들을 견뎌냈고 빠른 시간 내에 성과를 내보이고 싶었던 이들에 의해 지구로 돌아올 시스템도 구축되지 않은 비행체에 올랐다.

훗날 사람을 안전히 태울 수 있는 우주선에 도움이 될만한 어떤 대단한 정보도 얻어내지 못한 시도였다. 생명체가 지구 궤도에 진입하고 무중력 상태를 견딜 수 있음을 확인한 딱 그 정도였다. 위대한 10월 혁명 40주기를 선전하려던 소련의 기술은 작은 개 한 마리의 목숨을 불과 다섯 시간 동안만 연명시킬 수 있었다. 라이카가 과열로 발사 4일만에 죽었다는 발표가 거짓이었다는 사실도 소련 정부가 붕괴되고 반세기가 지나고서야 겨우 밝혀졌으니 라이카의 죽음은, 그 희생은 정녕 누구를 위한 것이었을까.

 

 

 

 

사람을 위해 죽임 당하는 동식물이 넘쳐나는 시대를 살아간다. 라이카에게 부끄러운, 동물만도 못한 삶은 살지 말아야지... 씁쓸한 교훈을 주는 이 책 한 권이 모두에게 읽히기를 소망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