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서 남편은 빼겠습니다
아인잠 지음 / 유노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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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필요 없다는 책 읽어?" 지난 주말 내내 붙들고 있었던 <<내 인생에서 남편은 빼겠습니다>> 책을 신랑은 그렇게 불렀다. 이렇게 신경 쓸 것 같아서 책이 오기 전에 이런 제목의 책을 읽을 예정이라 미리 말을 했건만...

 

순식간에 읽고보니 아인잠 작가의 남편분은 책소개만 보고 예상한 것보다 더 별로인 사람 -만삭인 아내가 화분을 엎었는데 "치우세요!"하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버린 일이나, 아내가 진통 중이건 말건 게임 삼매경이었다는 일 등등- 이었고, 세 아이의 엄마로 결혼 13년 만에 졸혼을 선언, 진짜로 남편은 빼고 아이들만 있는 생활을 시작하셨다는 작가님은 더 대단한 분이셨다.

 

 

 

 

나는 시댁 카톡방에서 벗어나기까지 8년이란 시간이 필요했는데... 사실 시부모님께서는 내가 그 방에 있는지 없는지도 잘 모르시는 것 같고,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카톡을 탈퇴하려 했다가 -계기는 놀이터에서 애 둘 보느라 시어머니 전화를 받지 못했는데 혼을 내셔서 그렇다. 노기등등하셔서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게 하라시는데... 못하겠어서, 자신 없어서... 모자란 며느리라 죄송하다며 울었더니 운다고 또 화를 내셨다. 당신이 기분 상했다고 하지 않냐시며... - 상태 메세지를 '알 수 없음'으로 바꾸고 아이들 사진이 가득했던 프로필 사진을 기본 프로필인 무명씨가 떠오르게 해두는 것으로 멈췄기 때문에 온전한 탈출(!)이랄 수도 없지만 은근한 해방감을 맛보고 있다. 아이들 사진과 동영상 배급은 이제 오롯이 남편의 몫이고 (프로필 사진 속 아이들을 보시다 잘못 누르셔서) 새벽에 페이스톡이 울리는 일도 이젠 없다!

 

내가 이 정도인데 남편이란 존재를 삶에서 떼어 내는 건 어떤 기분일지... 짐작조차 어렵다! 하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작가님의 이야기처럼 나를 잃지 않는 일이니 모든 졸혼자들을 포함, 개개인의 결정은 존중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나를 좀 더 소중히 여겨야지. 조금 더 많은 여성들이 불합리한 시댁의 대우와 남편들의 행동에 자신의 목소리를 당당히 낼 수 있길 바란다.

 

어머님, 아버님. 친정에 빨리 보내주셔야 귀경길에도 빨리 나서죠. 자꾸 아쉽다며 더 있다 가라고 하지 마세요. 형님. 형님이 친정에 오셨으면 저도 친정에 가야하는 거 아닌가요? 형님 배부르시다고 아점 먹자고 하지 마세요. 저는 시댁이라 늘 배고파요. 아침만 먹고 친정 보내 주세요. 여보. 돌아오는 설에는 우리집부터 갈까요?!?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동지들이여. 힘내자!!! 그리고 작가님 충고를 따라 비상금을 마련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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