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기 캐리어가 아닙니다 - 열 받아서 매일매일 써내려간 임신일기
송해나 지음, 이사림 그림 / 문예출판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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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기 캐리어가 아닙니다>> 제목부터 어마무시하게 충격적이어서 펼쳐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임산부 노릇이 얼마나 못할 짓이었으면 이런 글을 썼을까 싶었는데 뒤돌아보니 내 처지라고 크게 아름답지는 않았다.

 

그나마 학원 강사라 작가처럼 지옥철의 입구에서부터 연신 "죄송합니다"를 외치며 눈물을 흘린 경험은 없었으나 둘째를 임신했을 때는 첫째를 하나 남은 자리에 어렵게 앉히고 난폭 운전 버스에서 균형을 잡아야했던 경험은 있다. 누구 하나 내게 관심을 두지 않았고 혼자 서있자니 몹시 외로웠던 기억이 난다.

 

시간을 더 거슬러 첫째를 임신했던 때를 떠올려보면 시어머님께서 만들어주신 간장게장을 먹지 않는다고 서운해했던 남자, 지금도 나의 지척에 있는 남의 편이 있다. "왜 안 먹냐!"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따져 묻는 그에게 입덧하느라 먹지 못하게 된 것이 많아 서러웠던 임산부는 펑펑 울며 "못 먹겠어서 안먹었는데 그게 화낼 일이냐고..." 소리를 질렀다.

 

임신은 나 혼자 한 것이 아니다. 남편이란 사람과 계획 하에 한 생명을 어렵게 품게 된 것인데 정자를 제공한 이도 나의 변화와 힘듦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런 형편인데 타인에게 이해와 배려를 바라는 것이 너무 큰 기대인가도 싶다.

 

그렇다고 요즘 같은 세상에 참고만 살아야하나? 그건 또 아니기에 작가는 목소리를 냈고, 많은 미혼 여성과 초기 임산부를 겁에 질리게 만들었지만 임산부였고 임산부가 될 무수한 여인들을 각성하게 만들었다.

 

저출산 시대, 이 나라에 더 많은 아기를 선물(!)하고 싶다면 배가 나왔든 나오지 않았든 임산부 배지가 보이면 노약자석에서 좀 일어나라. "왜, 뭐?" 이러면서 반말하지 말고. 임신은 핸디캡이 아니다. 누구나 다 엄마 뱃 속에서 나왔음을 기억하길 바라며... 애미넴들과 꼬물이들의 행복한 미래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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