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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느끼한 산문집 - 밤과 개와 술과 키스를 씀
강이슬 지음 / 웨일북 / 2019년 9월
평점 :

<<안 느끼한 산문집>>을 읽었다. 표지를 보고 남편이 물었다. "느끼한 산문집도 있는 건가?" 저자인 강이슬 작가가 말하길 이불킥을 부르는 감성 과다의 느끼하고 창피한 글이 그것이란다.
실제로 그녀는 귀뚜라미를 꼽등이인 줄 알고 퇴치하려 했다가 기이한 깨달음을 얻고 간질간질한 시-꼼꼼히 뜯어보면 예쁜 귀뚜라미, 사회 초년생을 잘 알아보지 못하고 꼽등이로 취급하는 기성세대에 관한 분노를 절절하게 담은-로 세상에 내어놓은 적이 있는데 덕분에 오랫동안 '불쌍한 귀뚜라미'로 불린 경험이 있다고 했다.
생각해보니 내게도 있었다. 생생하게 증언(!)할까 하여 서재를 한참 뒤졌지만 다행스럽게도(?) 대학 시절 학술문예대상 시 부문 가작으로 인터뷰와 함께 실린 그 시가 보이질 않는다. 만물의 영장인 사람을 곤충과 비교한 것이 문제인가 싶게 내 시도 쥐며느리를 보고 쓴 것이었다. 둥글게 몸을 마는 그들처럼 원만하게 살고 싶다.. 뭐 그런 이야기를 하고자 했던 것인데 지금 회상하니 정말 느끼하다.
작가는 불쌍한 귀뚜라미의 뒤를 잇는 명작을 피하기 위해 제목에서부터 이 책은 그런 책 아니라고 자신과 미래의 독자들에게 미리 선포하며 글을 썼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글은 담백하다 못해 처절하다. 이렇게 솔직해도 되는 건가 싶고 말이다. 그런데 그래서 좋았고 그녀가 프롤로그에서 자신만만하게 쓴 것처럼 행복을 앓게 되었다. 그녀는 젊고, 나는 그녀보다는 덜 젊지만 내 남은 날 중 가장 어린 시절을 살고 있다. 그녀가 그녀다움을 잃지 않으면 좋겠고 나 역시 나를 좀 더 자랑스러워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