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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드스탁, 작지만 이만하면 충분해 ㅣ 피너츠 시리즈
찰스 M. 슐츠 지음, 강이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알에이치코리아(RHK)가 예뻐도 너무 예쁜 피너츠 시리즈를 세상에 내놨다. <<스누피, 나도 내가 참 좋은 걸>>, <<찰리 브라운, 걱정이 없으면 걱정이 없겠네>>, <<루시, 그래 인생의 주인공은 나야>>, <<라이너스, 행복하기에도 모자란 하루야>>, <<페퍼민트 패티, 역시 인생은 쉽지 않구나>>, 찰스 M.슐츠의 손에서 탄생한 굵직굵직한 "사람" 주인공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노란 새 우드스탁의 에세이까지!!! 제목은 <<우드스탁, 작지만 이만하면 충분해>>! 300세트 한정으로 여섯 권이 쏙 들어가는 패키지 박스를 준다니.... 우드스탁만 먼저 만난 까닭에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나는야 은둔형 피너츠 덕후?!?

주인공만 기억하는 세상을 살아가는 뻔한 인생이라 스누피가 최고라 생각했는데 우드스탁과의 에피소드가 뽑혀 나온 <<작지만 이만하면 충분해>>를 읽고나니 스누피 하나만 향하던 마음이 작고 노란 녀석에게도 살짝 기울어졌다.
분명 새인데 나는 것도, 수영도 영 시원찮고 소질 없어 보이는 이상한 녀석. 평범한 새였다면 그런 스스로가 부끄럽다 못해 싫어져서 날이면 날마다 연습하고 잘하려고 노력했을텐데 엘리베이터 놀이와 박쥐인 척 거꾸로 매달려 있기를 즐기고 새에겐 세상 쓸 데 없을 것 같은 자전거 기술을 연마한다! 그의 거침 없는 행보에 맘이 슬슬 기우는 것이 나만의 일이 아니니 독립된 한 권을 우드스탁에게 출판사도 허락했으리라.

그의 충실한 벗이자 보스인 스누피도 책의 마지막에 인정하지 않았는가? 세상의 다수가 행복함을 느끼게 마련인 음악이나 영화, 연극... 스누피에게 "전쟁과 평화"를 읽어달라고 조르는 걸 보면 글도 잘 모르는 정말 새일 뿐이니 책읽는 즐거움!을 포함한 이런저런 삶의 맛들을 우드스탁이 느껴본 적은 없을 것이나 우리의 노란 친구는 하늘과 구름, 땅과 해, 비, 달, 별들, 고양이, 그의 벌레 연인 덕분에 이제 먹을 수 없게 된 수많은 벌레들을 포함한 여러 다른 것들로 말미암아 충만한 삶을 살아왔을 거라고.
우드스탁이 삶으로 보여주며 이렇게 살아보면 어떨까?라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 작은 행복이 많이 모이면 큰 행복 못지 않을 듯? 굳이 큰 사람이 되지 않아도... 여러 한계들에 부딪쳐 삶이 쉽지 않아도 그만하면 괜찮지 않느냐고... 너무 애쓰지 말라고 토닥이는 것 같았다. 우드스탁의 빛깔처럼 맑고 밝게 살고 싶어진다. 작지만 반짝이는 우드스탁의 에너지가 필요한 모든 이들에게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