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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마더
에이미 몰로이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7월
평점 :

제목부터 심상치 않더라니...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할지 모르겠다. 2014년에 아들이 태어났고 실제적인 엄마 노릇을 시작했으니 5년차인가? 아, 산모수첩을 들고 산부인과를 들락거리던 때부터 간호사 분들은 나를 '엄마'라고 불렀더랬다.
예정일을 이틀 넘긴 날의 새벽부터 약 7시간을 진통하다가 아이의 혈압이 떨어진다는 의사선생님 말씀에 아플 것 다 아프고 제왕절개로 출산을 했다. 그 뒤로 어땠더라... 조리원에서는 낯가림하는데 수유가 어려워 우울했고 엄마가 몸조리해주시는 동안엔 잠시 행복했다가 이후로는 감금된 것처럼 집에만 있었다. 무섭고 싫었던 야밤의 분리수거도 자청할만큼 혼자만의 시간이 간절했던 날들, 두껍게 옷을 입고 나가도 바람은 어찌나 관절 마디마디를 시렵게하든지...
아이를 낳고 처음 외식하던 날... 고기 한 점을 못 집어먹게 아들은 울어댔다. 지인의 결혼식이 있어 친정에 아들을 맡겨두고 처음 부부끼리 나간 날도 이런저런 일 다 잊었어도 생생하다. 엄마를 찾고 운다고 전화가 자꾸 왔다.
아기와의 하루는 또 어떤가. 완벽한 엄마와 거리가 먼 나여도 애를 홀로 돌보게 된지 얼마되지 않아 불평이 터져나왔다. 도대체 엄마는 얼마나 부지런해야하는 거냐고...
<<퍼펙트 마더>>를 보니 그곳에도 오지라퍼들이 넘쳐나는지 모유 수유 때문에 괴로운 엄마, 육아휴직 기간이 끝나 슬픈 엄마, 외로운 싱글맘 등... 여러 이유로 힘든 엄마들이 등장한다. 믿을만한 베이비시터를 구하는 것도 어려운 시대... 여러가지로 피곤했던 엄마들은 하룻밤의 일탈-인근 바에서 한 잔-을 계획하는데 아이가 사라진다.
그리고 평범하게만 보였던 아줌마들의 숨기고 싶었던 과거와 비범함이 드러나는데 그 이야기들이 또 가볍지가 않다. 옮긴이의 말처럼 여자의 일생은, 엄마들이 마주하게 되는 무수한 공포와 어려움은 아이를 잃은 엄마의 마음은 물론 완벽한 엄마를 꿈꾸는 엄마들의 눈물, 심지어 범인의 절박함까지도 공감하게 만든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맘이 무거웠다. 82년생 김지영의 미국판 같은 느낌이랄까. 영화로 나오면 한 번 더 5월맘들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