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피치, 마음에도 엉덩이가 필요해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서귤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태어난지 오늘로 362일 된 작고 귀여운 그녀를 오늘도 하루 종일 본다. 그녀의 오빠도 돌이 지나고 나서야 걷기 시작했는데 태어나자마자 몸을 일으키려 애를 쓰던 저이도 부모의 기대감만 높여놨을 뿐, 자신의 다리를 좀처럼 믿지 못하는 것 같다. 잠깐 서 있는가 싶다가도 기저귀와 엉덩이라는 이중 쿠션을 믿고 철퍼덕 주저앉는다.

말랑말랑한 아이들은 그래서 떨어져도 안전하다 했던가. 어른의 몸도 엉덩이 부분으로 떨어지면 제법 안전하다. 아들이 누워만 있던 시절, 서른 중반의 나도 로션을 발라주다 침대에서 떨어진 적이 있는데 본능적으로 팔을 뻗으면 부러질 것 같다는 생각에 모든 충격을 엉덩이로 고스란히 흡수했더랬다. 다른 방에 있던 신랑까지 놀랄 정도의 소리가 났음에도 멍 하나 안들고 멀쩡했던 걸 보면 살덩어리, 엉덩이의 위력은 실로 놀라운 것이리라.

자꾸 엉덩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탕웨이를 닮은 <<책 낸 자>> 서귤 작가의 에세이 때문이다. 제목이 <<어피치, 마음에도 엉덩이가 필요해>> 이 모양(!)인데 출판사인 아르테(arte)에서 나름 평범한 제목 세 개와 더불어 표지 투표 이벤트를 게시했을 때 나는 불가항력으로 마음 엉덩이에 끌렸다. 작가 특유의 이미지-안 닮았는데 탕웨이와 닮았다고 자꾸 이야기 하는데 뻔뻔하면서도 묘한 매력이 있다!-와도 어울렸고 다른 제목들은 너무 뻔했달까.

서귤 작가는 나름 진지한 작가다. <<고양이의 크기>>에서도 그랬고, <<판타스틱 우울백서>>에서도 정신과 치료라는 묵직한 주제를 담담하고도 유쾌하게 그려냈다. 그런 작가가 어피치의 사랑스러운 탈(!)을 쓰고 고단한 세상을 살아가는 중인 이들에게 단단해져서 깨지지 않는 법이랄까... 버틸 수 있는 법이랄까... 그녀만이 건넬 수 있는 위로를 길지 않은 호흡으로 가득 담아 건네니... 좋다...라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괜찮다. 작가 스스로도 모든 글이 다 맘에 든다고 ㅋㅋㅋ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얼마나 유쾌하고 솔직한가! 그래서 더 좋다!

사랑할 수밖에 없는 작가와 어피치가 크로스! 한 몸이 되어 친히 우리의 마음 쿠션이 되어주겠다고 한다. 거절할 수 있겠는가? 기꺼이 마음을 열고, 지갑을 열어 모셔 들이도록 하자. 모두의 마음에 엉덩이가 필요하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