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발냥네 깜수씨 1
수리조아 글.그림, 한재웅 감수 / artePOP(아르테팝)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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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저녁 먹고 아이스크림 사러 편의점 다녀오는 길에 만났다. 세상 양반 같은 걸음걸이의 까만 고양이. 개처럼 친화력 쩌는 고양이를 내 평생 만나본 적도 없지만 녀석이 소 닭 보듯 나를 봐도 그저 감사하다. 유난히 춥고 눈, 비 없어 건조했던 지난 겨울 죽지 않고 살아있어줘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이웃들은 반기지 않을 소리일테지만... 우아하고 도도한 그녀석들이 걱정되서 밤마다 아들과, 어떤 날은 딸래미를 아기띠로 업고 사료와 물을 뿌리러 겨울내 다녔었다. 애들이 살아가기 참 팍팍할 것 같아서였다. 모습도 제대로 본 적이 없는 녀석들이지만 사료 그릇으로 쓴 김통을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을 정도로 먹어치운 걸 보면 기뻤다. 물은 늘 얼어있어서... 좀 슬펐지만...

날이 풀려 꽃이 필락말락하던 날에 사료를 두는 세 곳 중, 지금은 옥수수가 심긴 그 밭 근처에서 노랗고 살이 포동포동 오른 고양이를 만났을 때의 그 기쁨이란! 사료만 먹고 불린 몸 같지는 않았지만 살랑살랑~ 엉덩이를 흔들며 동네 마실 나온 듯한 모습에 아들과 많이 웃었던 기억이 난다.

고양이와 직접 살기는 아무리 생각해도 요원한 일이지만 늘 그립다. 그럴 때 나의 아쉬움을 달래주는 것들이 바로 집사 일기!!! 여러 작가의 많은 책을 읽었지만 단연 최고라고 여겨지는 한 권을 소개하고 싶다.

 

 

 

수리조아 작가님의 <<단발냥네 깜수씨 1>>!!! 뒷북 둥둥 울려가며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던 중에 배달된 책 표지가 이래서 완전 좋았다. 그런데 깜수씨... 풀네임은 엘레강스에서 따온 엘레깜수(구수함 속에 곁들인 미제 느낌의 작명이라고 작가님은 자랑하셨...!!!)이고 여자... 심지어 15세! 할매냥! 너무 파격적인 표지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든가 말든가... 이 할매... 너무 귀엽고... 집사 둘도 재밌고... 깜수씨 얼굴 밀어주기로 결심했다는 부분에서 조니 뎁 <<가위손>> 패러디 나오는데 알아보는 사람 최소 30대라고 써두셔서 또 빵 터지고 ㅋㅋㅋ

재밌다..라는 말이 몹시 모자라고 아쉽게 느껴질 정도로 완전 사랑스러운 책이었다. 책 제목 <<단발냥네 깜수씨>> 뒤에 1이 또 심장 터질 것 같이 좋아서 2권 혹시 서점에서 파는지 마지막 페이지 넘기자마자 찾아본 건 안 비밀이다.

잡학사전 코너는 또 얼마나 유익하고 모르는 것 천지인지! 고양이는 개보다 최소 단백질 요구량이 높아서 개 사료를 고양이에게 계속 먹이면 털도 빠지고, 피부 면역력도 감소하고, 저단백혈증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시력까지도 잃을 수 있다고 하니 절대 먹이지 말기!!! 혼자 알기 아쉬운 놀라운 사실들은 지나가는 남편이나 아들에게 자꾸 얘기했...지만 나만큼 즐겁게 듣지 않았다.

고양이가 좋은 사람들이라면 반하고 말 거다. 집사들에게, 공생하고 싶지만 여러 이유로 어려운 이들에게 기쁘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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