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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 때 시 - 아픈 세상을 걷는 당신을 위해
로저 하우스덴 지음, 문형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 내 아이들에겐 이것을 비밀로 하겠지만. 나는 아이들에게 세상을 영업하는 중이다. 노련한 중개인이라면 그 누구라도, 진짜 형편없는 곳을 당신에게 보여줄 때, 재잘거릴 것이다. 이래 봬도 여기가 뼈대는 좋다고. "이곳은 보기보다 훨씬 멋진 곳이랍니다. 그렇죠? 당신이라면 이곳을 멋지게 만드실 수 있어요."
21쪽, 매기 스미스의 <좋은 뼈대 Good Bones> 中

세상만사, 쉬운 일이 하나 없다. 생명이 모체에 심기는 일도, 그이를 열 달이란 시간동안 안전하게 품는 일도. 태어나는 날은 또 어떠한가. 낳는 고통도 엄청나지만 양수 속에 완벽하게 보호 되던 어린 생명은 세상의 폭력적인 싸늘함과 건조함에 눈물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다.
동물에 비해 사람을 키워내는 과정은 또 어찌나 길고 지루한 싸움인지. 먼저 나와 세상을 살고 있는 이에게도, 앞으로 더 오래 견뎌내야할 아이들에게도 삶이란 순간마다 녹록치 않아 더욱 괴롭다. 정신적으로나, 환경적으로 날로 더러워져가는 세상에 관해 이야기하자면 입이 아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계속 되어야하는 것이기에... 인류는 시(詩)라는 것을 만들어냈다. 형언할 수 없는 것을 형용하여, 서로 다른 세상과 생각, 다른 사람은 물론 사물까지도 소통하게 만드는 길지 않은 글(15쪽).
이해할 수 없고 말도 안되는 전쟁과 기아, 자연재해와 인재(人災)로 가득한 세상이 그래도 참아볼만한 곳이라고, 그런 가치가 있는 아름다운 곳이라고 이야기하는 시인들 덕분에 우리는 아직까지 숨쉴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힘들 때 시>>의 작가 로저 하우스덴도 그렇게 시로 세상살이를 견디는 사람 중 하나이다. 사람과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 시에 있다고 굳게 믿는 그가 이렇게 열 편을 세상이란 병을 앓고 있는 중인 우리에게 건넨다. 그는 또한 시와 더불어 시가 쓰인 시기, 배경, 시인의 더 많은 말들을 뒤이어 풀어놓았다.
큰 사건들로 마음이 혼란하였던 것은 아니나 사소한 문제들로 속이 시끄러웠던 나는 시만 집중하여 읽었다. 굳이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좋다. 작가의 빼곡한 이야기가 소란스럽게 느껴진다면 그가 고른 열 편의 시만 조용히, 혹은 소리내어 읽고.. 따라적어도 충분하다. 담담한 위로를 처방해준 작가와 소담출판사에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