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멋대로 떨고 있어
와타야 리사 지음, 채숙향 옮김 / 창심소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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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수상 이력이 몹시 화려한 일본의 작가 와타야 리사의 신간 <<제멋대로 떨고 있어>>를 읽었다. 내 남동생과 같이 1984년에 태어났다는 이 작가는 17세에 처음 쓴 소설<<인스톨>>로 문예상을 수상하며 등단, 2년 뒤 19세가 되었을 때에는 <<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으로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했다. 그렇게 어린 사람이 쓴 이야기인 줄도 모르고 세상 물정 모르던 아가씨 시절에 열심히 읽었던 것이 어쩐지 (이제 와서) 부끄러워진다.

작가의 성장과 경험따라 주인공들도 나이를 먹어가는 것인지 (아직 못 읽었지만) 20대 여성들의 이야기를 앞서 한 권 펴냈다고 하고 - <<불쌍하구나?>>라는 제목인데 역시나 오에 겐자부로상을 최연소로 탔다고 한다! - 이번에는 연애 경험이 전혀 없고 오타쿠 기질이 다분한 스물 여섯의 에토 요시카란 여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고 바람결에(?) 들려오니 안 읽어볼 수가 없었다.

... 나에게는 두 명의 남자 친구가 있다. 어차피 이런 상황은 오래가지 않을 테니 마음껏 즐길 생각이다(14쪽).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나를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고민, 누구나 한 번쯤은 해보지 않았던가? 후자인 편이 행복한 결혼 생활을 보장한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주인공 요시카는 바로 그런 고민을 끝도 없이 하는 중이다.

... "어째서 나를 '너'라고 부르는 거야?"

"미안, 이름이 생각이 안 나서." (102쪽)

애석하게도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사랑한 남자 1호(이치)는 요시카가 자신을 두고 고민한다는 것조차 모르고, 심지어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2호(니)는 그나마 요시카에게 사귀자는 말을 실제로 했다. 니는 영업맨답게 고백 후에 마구 몸으로 들이대는데 그의 체취가 기름 둥둥 뜬 콘소메 수프 같고, 입술은 문어 빨판을 연상시킨다 말하는 요시카이니 결과는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다.

길고 무거운 느낌의 찰랑대는 앞머리, 옆으로 길게 처진 눈은 미소를 지으면 살짝 능글맞아 보이고, 부리부리한 검은 눈동자는 촉촉이 젖어 있다(19쪽).

반면 모태왕자는 이러한 묘사를 받는 식이니 오타쿠 그녀는 남자 1호를 주인공으로 만화까지 그린다. 하지만 그와 요시카의 관계는 비현실과 환상이 덧칠된 것이라 진정한 남녀 사이의 것과는 멀기만 하다. 적지 않은 나이의 그녀 이대로도 괜찮은가? 그대들의 사랑은 안녕한가? 작가가 자꾸 묻는 것 같았다.

17년에 영화로도 제작되었던 것을 보면 그녀와 같은 상황과 심정인 여인들이 일본에 많은 모양인데 나는 (비로소) 다 가진 곧 마흔 아줌마라 공감과 동일시가 어려웠다. 그럼에도 학창시절 왕자님 같은 존재인 남자 1호와 요시카의 썸(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하지만)을 응원하게 되고 가엾을 정도로 사랑에 환상을 품고 있는 모습에 풋내나던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니 막장드라마에 지친 아줌마 동료들과 함께 읽고 싶어졌다. 요시카와 같은 고민 중인 프로 금사빠 꽃처자들도 함께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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