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천천히 가도 괜찮아 - 글로벌 거지 부부 X 대만 도보 여행기
박건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싸늘한 한국의 겨울을 피해 68일을 (비교적) 따뜻하다는 대만에서 보냈다는 부부가 있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는 글로벌 거지 부부! 그 시간이 또 평범했는가 하면 그럴리가.

 

그 둘은 무려 1,113km를 도보로 여행했으며 20번은 학교에서 경량 텐트를 펼치고 잠을 청했다. 교회나 도교 사원 등의 종교 시설에서도 9번을 여러 신께 감사드리며 잤고 카우치서핑은 7번, 티벳 타르쵸(불교 경전이 새겨진 5색 깃발)만 보고 가정집 대문도 한 번 두드려 고단한 몸을 누였다.

 

총 345 페이지, 잠든 딸래미가 방해하기 전까지 단숨에 절반을 읽었다. 소담출판사의 포스트에서 출간전 연재로 앞 부분은 조금 읽었는데도 전혀 새로운 이야기처럼 글로벌 거지 부부의 행보는 나를 사로잡았다.

 

몇 백 미터도 걸을 일이 없는 내게 그들의 생고생은 가늠조차 어려운 일이었다. 방한 조끼 한 벌도 어깨에 짊어진 가방의 무게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는, 그야말로 고행의 연속인 그 길에서 둘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환하게 웃고 있다.

 

작가로 하여금 떠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게 만든 대만의 사람들은 또 어떤가. 여행 중 부부는 51번의 구호물품을 받았다. 부부의 모습이 연민을 불러일으키기도 했겠지만 아무 대가를 바라지 않고 물질을 나누고, 마음을 나눈다는 일이 요새 같은 때 어디 쉬운 일인가 말이다. 그렇게 채워진 든든한 마음은 어지간한 역경으로는 무너지지 않을 것 같다.

 

나는 장남매 시집, 장가 보내고나면 떠날 수 있을까? 글쎄 나는 자신이 없다. 생활을 내버려두고 훌쩍 떠난다는 것도, 말이 잘 통하지 않는 낯선 곳에서 잠을 청하고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부대끼며 온기를 느낀다는 것도. 그래서 더 아쉬워져 글자 하나하나 열심히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글로벌 거지 부부의 다음 여정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작가님 블로그를 찾아 이웃신청 하고 훔쳐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