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자, 우리는 충분히 아름다우니!!!

스마일 - 아이스너 상 수상 ㅣ Wow 그래픽노블
레이나 텔게마이어 지음, 원지인 옮김 / 보물창고 / 2019년 5월

윗니가 아랫니보다 더 많이 튀어나와 철 이빨(교정기) 신세가 예정된 소녀가 있었다. 그런데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소녀는 친구들과 어둠 속을 달리다 두 개의 앞니 중 하나는 부러지고 하나는 잇몸 안으로 밀려 올라가는 사고를 당하게 된다. 이것이 그래픽노블 <<스마일>>의 주인공이자, 작가인 레이나 텔게마이어에게 실제로 일어난 일.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곳인 치과에 정기적으로 드나드는 일도 중학생 소녀에게 쉽지 않은 일이었을텐데 레이나는 그 외에도 신경 쓰고 아파해야할 일이 너무나 많았다. 특히 소녀에서 여인으로 변화하며 겪어야하는 신체, 정서적인 부분의 이런저런 일들. 또 그 또래의 여자아이들!!! 어찌나 말이 많고 얼굴 색 하나 변하지 않고 서로를(특히 교정기 신입 레이나를) 할퀴기를 즐기는지!

나의 중딩 시절도 자연스레 떠오르는 시간이었다. 초반에는 엉덩이가 거슬렸던 것 같다. 커다란 박스티로 가리려 애를 썼던 기억이 나서 웃었다. 그리고 사는 내내 나를 퍽이나 괴롭게 했던 몸의 부분, 광활한 이마!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마 덕분에 초딩 시절부터 늘 놀림을 받았다. 하필 내 이름자엔 빛 광(光)이 들어가는 터라 애써 순화시켜 적어보는데... 반짝거린다는 찬사를 함께 들어야했다. 아가씨가 되고 어찌어찌 뒷머리를 끌어와 앞머리를 탄생시켰지만 거센 바람만 불어도 나는 너무나 쉽게 무너졌다.

마흔을 코 앞에 둔 지금에서야 사람들이 생각보다 나를 신경쓰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는데 레이나는 (그래서 책의 주인공인지) 성인이 되기 전, 교정기의 속박과 치과의 은총을 받는 4년 남짓의 시간 동안 체득했다.

겨우 만화라고 폄하하기엔 무수한 말풍선과 레이나의 독백 속에 깨닫게 되는 것들이 참 많았다. 외모에 죽고 사는 어린 친구들이 많이 읽고 과하게 눈부신 교정기처럼 스스로의 단점이라 생각하는 여러 것들에도 불구하고 환하게 제목처럼 스마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