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시 - 외롭고 힘들고 배고픈 당신에게
정진아 엮음, 임상희 그림 / 나무생각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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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한 권을 모조리 다 읽어본 것이 얼마 만인지... 만년 스무 살일 것 같았던 시절엔 시인이 되고 싶었던 적도 있었는데 지금은 음미할 시간도 부족하다. 그럼에도 허겁지겁 한 권을 다 읽을 수 있었던 건, <<맛있는 시>>를 엮은 정진아 작가의 말처럼 외롭고 배고팠기 때문이다.

 

<<맛있는 시>>에는 크게 네 가지의 맛이 담겨 있다. 위로의 맛, 사랑맛, 인생맛, 엄마의 맛. 시는 참 신기하다. 한 장도 채 될까 말까 한 몇 줄에 사람을 담고, 여러 감정을 담고... 마침내 인생을 송두리째 닮는다.

 

음식 또는 재료에 관한 각각의 시를 읽으며 내가 먹었던 음식들과 만났던 사람들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좋았던 기억만 떠오른 것은 아니나 (지난 일이라) 쌉싸름하게 남은 그 맛을 조금은 즐길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나이는 어렸지만 나보다 더 많은 시를 썼던 후배에게 "모자르다"라는 감상을 들었던 그 시절에 시를 포기하지 않았다면 과연 나는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넘치는 시를 쓸 수 있었을까.

 

'음식에 관한 시가 이렇게도 많았구나' 생각하며 한 번 감탄, 가지 않은 길... 아니 가지 못한 길을 걸은 시인들의 구절들에 또 한 번 감탄, 곁들여진 임상희 씨의 그림에 마지막까지 감격하며 책을 덮었다.

 

아직까지도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지 못한 이상한 나지만 멋진 시를 따라 쓰고 맘에 드는 그림을 보고 어설프게나마 그리는 지금도 나쁘지 않다. 꾸준히 하다 보면 멋진 한 줄 정도 끼적일 수 있는 호호할머니의 날이 올지 아무도 알 수 없다. 같은 희망을 품은, 아직 배고프고 목마른 이들에게 함께 읽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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