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처음 해봤어요 ㅎ

기초 보태니컬 아트 세트 (본책 + 컬러링북) - 전2권 ㅣ 기초 보태니컬 아트
송은영 지음 / EJONG(이종문화사) / 2019년 4월

지금처럼 사진 기술이 발달하기 전, 식물에 대한 자세한 기록을 남기기 위하여 식물학적으로 정밀하게 그려진 그림들을 보태니컬 일러스트레이션이라 부른다. 거기에 예술적 감성을 더하여 시작된 장르가 바로 보태니컬 아트(Botanical art).

한국인 최초로 영국 SBA(The Society of Botanical Artists)의 정식 멤버가 된 송은영 작가가 내게 지면으로나마 가르쳐주실 예술의 종류이다. 게다가 색연필로 그리게 도와주신다니 예술의 ㅇ에도 가까워져본 적 없는 아줌마는 봄바람이라도 난 기분이다.

책은 보태니컬 아트의 정의에서 시작, 재료 소개, 이 책에 사용된 색연필(파버 카스텔)을 알려주고, 선-면-점-털을 어찌 그리는지 기초 기법을 설명한 뒤, 스케치에서부터 채색에까지 이르는 색연필화의 다섯 단계를 설명하고 있는데 조금 겁이 나니 슬쩍 넘어가기로 한다.

시클라멘부터 아네모네까지 꽃이 18종류요, 장미잎부터 시클라멘잎까지 잎을 6종류 담아두셨다. 앞에서 말했지만 스케치부터 채색까지 낱낱이, 꽃의 경우 꽃말과 개화시기까지. 사용된 색연필의 번호까지 모조리.

스케치가 어렵다면 <기초 보태니컬 아트> 속 밑그림 도안이 빠짐 없이 담긴 <기초 보태니컬 아트 컬러링북>으로 색칠 먼저 해본 뒤 어느 정도 실력이 늘면 처음부터 끝까지 도전해보기로 하자.

보라색이 좋은 나는 무스카리를 골랐다. 포도송이를 닮은 귀여운 모양새가 맘에 들었는데 크지 않은 컬러링 도안인데도 하나하나 칠할 생각을 하니 좀 긴장이 됐다. 파버카스텔도 없으니 집에 있는 색연필로 최대한 색을 맞춰 칠해보는 걸로. 명암 먼저 넣으라신다. 세세하게 책에 실어두신 작품을 흉내내어 손으로 각 부분을 짚어가며 칠했다.

꽃이 맞닿은 부분은 좀 더 진하게 명암을 넣어야 한다.

상단 꽃봉오리와 개화하기 시작한 꽃들에는 전체 색과는 조금 다른 보라색들을 채색, 연둣빛과 자주색 마저 더하면...

사진을 좀 더 가까이서 찍을 걸 그랬다. 명암도 단계마다 넣고 또 넣어야 된다는 걸 이번에 배웠다. 왜 있는지 알 수 없었던 흰색 색연필의 위대함도 깨달았고.

두 가지 이상의 색을 사용했을 때 좀 더 부드러운 표면 질감을 표현하거나 색을 고르게 혼합, 새로운 색상을 만들어내는 블렌딩에 복 있으라! 흰색의 위대함이 느껴지는가?!? 내가 칠했지만 정말 예쁘다 ㅎ

작가님의 진짜 작품 옆에 두니 초라하지만 첫 작품이라 몹시 사랑스럽다.

송은영 작가님은 전공이 컴퓨터공학이셨다고 한다. 그림과 전혀 상관 없는 연구소 일을 하다 평생을 꿈꾸어 왔던 그림을 업으로 삼기까지 무려 17년의 시간을 기다리셔야 했다는데 내게는 이 기쁨이 봄처럼, 선물처럼 그냥 주어졌다. 괜시리 죄송한 마음이 드니 끊임 없는 노력과 정성으로 만드셨을 책이 아깝지 않게 칠하고 그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