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꽤나 진지합니다
봉태규 지음 / 더퀘스트 / 201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처음엔 딸이라는 둘째아이를 안은 봉배우님의 모습이 작위적이라 생각했다. 감은 눈과 입은 옷까지... 현실적이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더랬다. 하지만 한 챕터 읽자마자 눈 앞이 괜시리 흐릿해졌다. 감은 줄 알았던 그의 눈도 책을 다 읽고나서야 살짝 뜬 상태란 것을 알았다. 작지만 제법 묵직한, 하지만 몹시도 따뜻한 생명체를 눈으로까지 안으려하고 있었다는 것을 이제는 알겠다.

이야기는 크게 아이가 둘인 아빠의 글, 남편으로 쓴 글, 아버지와 어머니의 아들인 스스로에 관한 세 개의 장으로 나뉜다. 기대했던 대로 판에 박힌 듯 살아가는 나와는 다른 사고방식을 지닌 사람이었다.

남자는 핑크라며 여자아이들의 전유물인 듯한 다채로운 빛깔의 옷들을 아들에게 입히긴 했지만 머리로는 남자아이니 좀 자신만만하고 으레 남아에게 기대하는 모양새로 커갔으면 싶었다. 하지만 봉아빠는 척하고 있는 나와는 달랐다.

머리가 길든, 옷이 무슨 색이든 뭐가 됐든 시하가 좋아하면 만족한다는 아빠. 성별에 따른 이분법에 가두지 않고 아이가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을 지지하고 응원하겠다는 아빠. 그리 두면 아이가 좋은 사람으로 자랄 것이라고... 믿고 의심하지 않는 아빠.

그런 아빠의 책읽기는 또 어떤지. 심청전을 읽으며 딸래미에게 절대 아빠를 위해 희생하지 말아달라고. 아빠의 행복을 위해 널 희생하면 안되는 거라고. 너무나 진지하게 써내려가는데... 그저 많은 책을 접하게 해주면 좋을 거라 생각하고 열심히 읽어주던 평범한 인생은 반성모드를 장착하게 된다. 글을 쓰는 지금도 그래, 그런 거지. 아이에게 나를 위해 스스로의 기쁨과 행복을 내려놓으라 강요하면 안되는 거지...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되뇌이는데 왜 이렇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지... 왜 자꾸 눈물이 나는지...

만난지 두 번만에 결혼비관론자인 봉배우님을 결혼하고 싶게 만든 박원지(하시시박)님도 몹시 반짝거린다. 두 사람과 부부를 쏙 빼닮은 아이들을 좀 더 자주 보고 싶은 마음에 봉배우님의 인스타를 팔로우, 게시물 알림까지 설정해뒀다. 그의 첫 에세이도 온라인 서점 장바구니에 넣어두고.

첫 책의 추천사에 어떤 분이 그의 글을 읽으면 그를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썼더라. 그 분의 추천사에 전적으로 동감을 표하고 싶다. 봉배우는 물론 그의 가족들까지 사랑하게 된다. 만나고 싶은 연예인이 생기고 말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