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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다 하루 한 송이 입체꽃 - 페이퍼 커팅으로 만드는 페이퍼 플라워 ㅣ 오늘부터 나도 핸드메이드 아티스트 13
카지타 미키 지음, 송유선 옮김 / 북핀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밤에 피는 장미는 아니지만 아무래도 온가족이 잠드는 시간이 이런저런 활동을 하기에 수월하다. 남쪽 지방 곳곳에선 벚꽃이 만발하다 못해 지고 있다는데 싸늘한 이 동네는 아직 칙칙하기만 하다. 종이꽃이라도 피워 집 안을 어여쁘게 물들이고 싶은데 디자인 커터 하나 구할 수 없는 이 신세. 주말마다 가는 둘마트에서 예리해보이는 작은 칼을 하나 장만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북핀에서 나온 <예쁘다 하루 한 송이 입체꽃>. 저자인 카지타 미키님이 이 밤, 나의 선생님이시다.
처음 경험했던 페이퍼커팅은 책에 포함된 종이를 뜯어 하는 식이었는데 이 책은 완성사진 / 만드는 법 / 도안 의 구성이라, 또 만들어내는 것이 꽃이라서 도안을 (책에서는 틴트지에) 복사해야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쉽지 않을테지만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막상 책을 받고 보니 세세한 부분이 너무 작았다. 그래서 확대복사를 하는 꼼수를 부렸다. 조금 커진다고 예쁨이 사라지진 않을테니...

종이에 직접 복사하는 것보다 색지를 아낄 수 있다는 방법, 도안을 먼저 오려 색지에 붙였다. 중심에 가까운 작은 부분부터, 세세한 부분은 찌르듯이, 곡선을 오릴 때는 종이를 회전시켜가며 자르라는 책의 조언에 따라 열심히 잘랐다.
꽃잎 한 장 자르는데 준비부터 40분 가까이 지났다. 육아나 살림에 쏟았던 정신력을 무언가를 창조하는데 쏟아내는 것이 꽤 즐거웠지만 이렇게 혼을 쏟으니 예술가들이 요절하는구나 싶었다. 색지와 함께 잘려 나온 도안을 빨강으로 칠해 꽃을 만들까 하는 생각도 잠깐 했다.

그 뒤로 한 시간쯤 지나니 드디어 준비가 끝났다. 나의 붉은 꽃, 아네모네! 책에는 파란 꽃심과 초록 잎으로 나와있지만 우리집엔 안타깝게도 그런 색의 도화지가 없으니 색종이는 너무 얇고 아네모네의 이미지들을 보고 비슷한 색들로 골라 만들어봤다.

아, 정말 책 제목처럼 예쁘다. 나의 첫 꽃. 아네모네. 이 봄, 그대들의 손 끝에서도 붉은 꽃 한 송이 피어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