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여름 가을 겨울 - 꽃과 잎이 그려 낸 사계절 이야기 꽃잎과 나뭇잎으로 그려진 꽃누르미
헬렌 아폰시리 지음, 엄혜숙 옮김 / 이마주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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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렌 아폰시리가 꽃과 잎만 사용해 그려냈다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만났다. 강원도가 지척인 동네라 봄은 멀기만한데 책에는 첫 장부터 꽃이 가득하다. 더불어 작은 새 한 마리, 몸 속에 꽃잎을 잔뜩 품고 있다. 꽁지까지 이름을 알 수 없는 보라색 말린 꽃으로... 기분 좋은 향이 솔솔 날 것 같은 모양새다.

 

 

어느 봄엔가 아파트 화단에 떨어진 꽃들을 잔뜩 주워 육아대백과 등의 두꺼운 책에 말려본 경험이 있다. 어설프기 짝이 없는 솜씨인지라 꽃들은 살아있을 때보다 덜 아름다웠고 꽃인지 알아보기 힘든 녀석들도 많았다.

 

그런 기억 때문인지 헬렌 아폰시리라는 작가가 더 엄청난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물감 한 방울 사용하지 않고 연필로 스케치 한 뒤 책의 모든 부분을 무수한 꽃과 잎으로 표현했다. 뒤틀리고 엉킨 자연 그대로를 가져다 그야말로 대담하고 새롭게 배열했다.

 

 

 

 

 

 

8개월 꼬꼬마 때문에 꽃이란 것의 잎 하나도 못본지 오래다. 말린 꽃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말려봤던 이후로 다시 해볼 생각조차 안해서 없다. 따라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그래서 색연필과 싸인펜으로 아쉬움을 꾹꾹 눌러가며 그렸다.

 

어여쁜 나비 하나 (꽃을 고르고 보존하는 수고 없이) 그릴려고 해도 쉽지 않은데 작가는 어떤 마음으로 그 모든 어려움을 감당했을지... 짐작도 할 수 없지만 혼자 보기 아까웠을 것 같다.

 

그녀의 동식물들만 봐도 감격스러운데 꼬꼬마들을 위해 산토끼와 집토끼가 어떻게 다른지, 벌들이 좋아하는 꽃이 무엇인지, 겨울잠 자는 고슴도치의 심장 박동 수까지... 참 꼼꼼하고 재밌게도 곳곳에 적어두었다. 이런 훌륭한 책은 나라에서 유치원과 초등학교 등에 보급해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3월이지만 어린 딸과 나의 세상 구경은 미세먼지 때문에라도 아직 요원하다. 창조주가 지어둔 아름다운 세상은 헬렌 아폰시리의 창조물들로 우선 관찰하고 진짜를 확인하는 일은 나중으로 미뤄두자. 몹시 아름다운 모방품이라 많이 억울하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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