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 카멜레온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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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 <투명 카멜레온>에는 목소리가 근사한 남자 주인공이 나온다. 얼마나 멋진가하면 전화만 받아도 사람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보며 힐끗거릴 정도인데 막상 그의 모습을 확인하면 총총 가버린단다. 그래도 그 목소리를 십분 활용해 라디오 디제이로 심야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야기의 주 무대는 IF라는 이름의 바(bar)로 만날 애인도, 사정이 있어 떨어져 지내는 터라 기다려주는 가족은 물론 애완 금붕어도 한 마리 없는 처량한 신세인 주인공 기라하타와 술 친구들(!)이 매일 출근도장을 찍는 곳이다.



그런데 이 술 친구들의 모습과 행동이 또 흥미롭고 재미있다. 매일 헤어스타일이 변하는 마담, 앓고 있는 치질을 몸 안의 폭탄이라 부르는 마요미 느낌의 해충 방제업자, 원활한 수태를 위해 비타민 E가 풍부한 양배추를 날이면 날마다 씹어대는 화류계 아가씨, 왕년에 새총 좀 쏘셨던 조각가 할배는 어떻고... 게이바에서 일하는 미남 청년까지.



조용하던 그들의 일상이 비에 흠뻑 젖어 "죽여버렸다..."라고 중얼거리며 바에 들어온 한 아가씨에 의해 엉뚱하고도 박진감 넘치는 액션 활극으로 변한다.



심각한 복수극을 기대했는데 상상과 다른 이야기라 읽는 내내 유쾌했다. 갑자기 굴러들어와 IF의 사람들을 휘젓는 케이라는 여인은 이해불가였지만 그녀에게도 사정이 있었고, 마냥 귀엽게만 보이던 인물들에게는 아픔과 슬픔이, 주인공 목소리 매력남에게는 엄청난 상처가!!! 입이 간지럽지만 스포일러는 되고 싶지 않다.



작가는 책 소개를 위한 인터뷰에서 "웃고 울며 즐겁게 읽다가 이야기의 마지막에는 그때까지의 재미를 훌쩍 뛰어넘는 결말이 기다리는 이야기가 쓰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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