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약 - 미술치료전문가의 셀프치유프로그램
하애희 지음, 조은비 그림 / 디자인이곶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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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자꾸 두통이란 녀석이 찾아온다. 신생아 시절 다섯 시간 통잠 자던 그 어린이는 어디로 갔는지 요새는 두, 세시간마다 깨서 울부짖는다. 이가 나오려는 건지? 신랑이 아들 녀석 실금에 호통을 치고 짜증을 내도 모르고 코를 골며 잤다는 걸 보면 확실히 잠이 모자르다.

 

읽고 싶은 책이 많은데 낮잠 자는 2호가 어여쁜 모습으로 유혹한다. 반갑지 않은 두통이란 놈도 다시 고개를 내민다. 황금 같은 시간을 허비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처방 받은 <보는 약>을 펼쳤다.

 

먹는 약 아니고 <보는 약>이다. 미술치료전문가가 만든 책이고, 책 속 그림 역시 미술치료사가 그렸다. (심지어 특허까지 받은 엄청난 책이다!)

 

책의 뒷편에 실린 전문가의 참고사항을 옮겨보자면 1. 추억을 주제로 한 시각적 자극을 제공하고, 2. 과거의 경험 속으로 몰입하게 함으로써 긍정적인 정서를 극대화하며, 3. 의도적 반추로 장기기약을 확대하여 긍정적 정서를 유지한다(148쪽).

 

음.. 어렵게 느껴지지만 책의 그림들을 보고 추억을 끄집어내어 색칠하다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이거다.

 

쭈욱 훑었다. 가족 / 놀이 / 그리운 이야기로 구성된 <보는 약>은 20매씩 개별 포장되어 있는데 나의 세대보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는 느낌을 받았다. 구정 때 친정 엄마께 선물해드려도 좋을 것 같고?

 

나는 그리운 이야기 편에서 <소독차가 우리 동네에>를 골랐다. 칠하고 있으면 어린 시절 기억이 즐거움이란 형태로 내게 고스란히 재흡수될 것 같아서 선택했다.

 

소독차가 무슨 색이었더라? 기억이 나는 거라고는 두 살 아래인 남동생이 부와와왕 ... 흉내내기도 기이한 소독차 소리가 나면 엉엉 울었다는 것? 나는 그 시절에도 좀 균류가 싫었는지 정화되는 느낌과 그 냄새가 참 만족스러웠는데 말이다. 미친 듯이 뛰는 동네 꼬마들을 다 제치고 싶은데 울보 동생 덕분에 그림에서처럼 뜀박질 중인 작은 등판들만 보고 있었다는 기억이 난다(동생의 기억은 좀 다를지도?). 그럼에도 소독차를 생각하면 아직도 두근거리고 "좋은 기억"이란 꼬리표가 딸려 나온다.

 

 

 

 

신기하다. 진짜 두통이 사라졌다. 나는 유치원생인 아들녀석만큼도 색을 잘 쓰지 못하고 컬러링에 그다지 소질이 없는 인생인데 이책 요상하다. 글을 쓰는 지금도 괜시리 웃음이 실실 나온다. 이 맑고 아름다운 마음 상태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퍼져 웃는 얼굴 가득한 세상이 되면 좋겠다. 구겨지고 아픈 마음들이여 제발, 부디 안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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