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초보 7일 완성 손글씨
유제이캘리(정유진) 지음 / 진서원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려서부터 글씨는 골칫거리였다. 천재는 악필이라며 농을 던지고 다녔지만 마음 한 구석은 진지하게 불편했다. 대학 시절 흠모하던 오라비의 필체가 너무나 다소곳하니 단정하고 예뻐서 짝사랑을 접었던 기억도 난다.

디지털 시대에 손글씨가 웬말인가 싶다. 하지만 쉬이 보내고 쌓이는 문자나 메일, 톡으로 건네는 무수한 말들과 ㅋㅋㅋ보다 손편지 한 장이 더 빛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 나만은 아닐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요새 만년필도 사고 붓펜도 사고 종이도 보고 있다. 신랑은 아들에게 말로는 엄마의 취미생활을 돕자고 했지만 도대체 왜 만년필 등에 꽂혔냐며 지나가는 소리로 본심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이사온지 네 달하고 3일, 내겐 친구가 필요하고 172일 된 그녀는 어려도 너무 어리다.

 

 

 

 

 

 

양갓집 규수 느낌으로 문방3우를 준비했다. 유제이캘리 선생의 <왕초보 7일완성 손글씨> 책과 연습장, 그리고 그녀가 입문용으로 추천한 지그캘리그라피펜... 책은 종이니  문방2우인가.

 

 

 

 

 

유제이캘리 선생의 설명을 읽어보니 나는 펜을 잡는 법부터 틀렸다. 종이를 사선으로 놓는 버릇은 또 어떻고. 어려워도 정신 똑바로 차리고 정자세로 쓰고 익히라신다. 와... 중 2 때 이후로 손가락 아프게 뭘 써 본 적이 없는데 솔직히 힘들다. 밥 먹고 글씨만 쓴대도(쓰라고 해도 도망칠 것 같지만) 7일 완성은 좀 힘들 것 같다.

요새 날마다 공부를 하며 까막눈 신세를 반쯤 면한 다섯 살 아들 놈이 지나가며 한글 공부하냐고 묻는다. 글씨 안예쁘다고 나무랄 처지가 아니었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반 장씩이라도 어떠랴. 유제이캘리 선생의 숨결(!)이 녹아든 글씨를 보고 또 보고, 쓰고 또 쓴다면 언젠가는 선생의 멋진 글씨체가 내 것 되리니 색색의 지그펜 바꿔 써가며 세종대왕님 만드신 자모음을 처음 본 양 사랑해줘야겠다.

그대들의 서체는 안녕하신가? 대답이 바로 나오지 않는다면 같이 쓰자. 여보, 당신도 서체 개선이 시급하오. 내 한 세트 더 주문할테니 함께 합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