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워지는 것도 사랑입니까
황경신 지음, 김원 사진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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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지였던 PAPER를 기억하는가. 1995년에 창간된 그 잡지를 내가 처음 만난 것은 몇 살 때 였을까.

문화의 중심가였던 "시내"를 주말마다 나가고, 풋내 가득한 감정을 감히 사랑이라 부르며 괴로워했던 고2 때였을까? 대학생 시절에도 별자리 운세(!) 때문에 국제서점 앞에서 누군가를 기다려야할 때는 늘 PAPER를 뒤적였던 것 같다.

다른 패션 잡지에 비해 커다랗고 얇았던 그 책, PAPER에는 이른바 소녀감성을 자극하는 사진과 글귀들이 가득했다. 그 무수한 페이지들의 낱장(paper)들을 꼼꼼히도 채워넣었던 두 사람이 다시 뭉쳤다. 편집장이었던 황경신이 글을, 발행인이었던 김원이 사진을 찍어 책을 낸 것이다.

 

오래 전에 끼적였던 글이라 한다. 얼마나 오래 전인지는 알 수 없으나 어느 페이지를 넘겨보아도 어린 시절 가득했던 불안함이랄까, 절실함이랄까... 치열하면서 치기어렸던 마음, 어설프기 그지 없었던 어리고 어리석었던 나를 조우하게 된다. 불온한 마음 상태의 나를 위로했던 그 책을 추억하게 된다.

지금은 어린애라고는 절대 부를 수 없는 나이가 된 까닭에 책에 실린 마음들이 생생하게 다가오지는 않지만 (지금은) 참 모자라고 모나게까지 느껴지는 그 감정들이 안쓰럽달까, 괜찮아질 거라고 다독여주고 싶달까... 마음 복잡한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가을, 건조하여 아프기까지 하는 몸의 부분들만큼이나 찬 바람이 불어 메마른 가슴을 적셔주기에는 또 적합한 것 같다.

지워져도 사랑이라 할 수 있다..고 제목에는 반항하고 싶지만 글의 몇몇 글귀는 내게도 아직 사무친다. 왜일까? 그것이 그 옛날, 여러 마음들을 흔들었던 PAPER의 매력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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