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땅에 헤딩하기 - 소설가 고금란의 세상사는 이야기
고금란 지음 / 호밀밭 / 201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해남에서 태어났다. 해남하면 땅끝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은데 그곳엔 가본 적도 없을 뿐더러, 어린시절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보다 내게 시골이라면 부모님의 농장일을 따라 살았던 창평! 그곳에선 정말이지 야성적으로, 야생의 느낌을 따라 살았다.

마트에서 파는 수박의 1/3 크기인 귀여운 초록 덩어리를 땅바닥에 던져 깨트려 먹었고(무려 서리), 두 살 아래인 남동생은 개울물에 떠내려 갔으며(빨래 하시던 엄마가 주워오셨음), 용맹하게 뒷간 가는 동생을 호위하다 농장 입구를 지키던 개에 물려 피를 철철 흘리기도 하였다! 싸돌아다니다 살짝 열린 거름통에 한 쪽 발이 빠지기까지(냄새와 한참을 함께해야만 했다)!!!

쭉 그렇게 시골에 살았더라면 진취적인 여성, 아니 여걸이 되었을텐데 부모님은 항구(목포)로 우리 남매를 데려가셨다.

하여 본성을 반쯤 잃은 내게, 다시 불타오르라 권하시는 어르신을 (갑자기) 만났으니 그분의 존함은 "높은 곳에서 금빛으로 빛나는 난초(211쪽)", 고금란 작가님이시다.

 

 

 

 

 

 

 

책 소개를 어설프게 읽고 살짝 꿈은 꾸지만 절대 살아내지 못할 시골 살림에 관한 이야기들인 줄 알았으나(표지는 물놀이 그림인 줄), 제목처럼 작가님은 맨땅에 헤딩하 듯 즉흥적으로 저지르며(!) 살아오신 인생을 책에 시작부터 풀어놓으셨다.

그러나 작가님의 헤딩은 젊은이의 치기 어린 것이라기보다 자연 없이 살 수 없는 인간(52쪽)이기에 지켜내야만 하는 것들을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이런 어르신이 내 할머님이셔서 여러 비법들을 전수해주시고, (책에서처럼) 이사 온 새집을 순하다 칭찬해주시면 좋았겠으나 돌아가신 울 할머님은 새하얀 닭발을 즐기시던 온건파셨으니 이렇게 책으로나마 한 수 배울 수 있음에 감사하기로.

어려웠던 삶의 순간마다 자신을 버티게 하는 힘이 글쓰기로부터 나왔다 말씀하시는 작가님이시다 보니 이야기는 치열한 싸움-우물을 지키려 땅바닥에 드러누우신!!!-뿐 아니라 지으신 여러 개의 집들에 관한 이야기, 기대했던 귀촌 이야기, 가족 이야기, 인도에서의 신앙수련, 단식 등으로까지 폭 넓게 펼쳐진다.

읽을수록 지금 살고 있는 지역에도 열린다는 시장에 가고 싶어지고 나뭇가지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고 싶어지며 흙이 밟고 싶어졌다. 무엇보다 나는 여름마다 아부지가 손톱을 물들이라며 따다 주시던 봉숭아가 심고 싶어지더라.

그러니 모자란 나의 글에 제목처럼 과격할 것 같다 미리 겁먹지않길 바라며 슬며시 그대들에게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