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리데이 로맨스
찰스 디킨스 지음, 홍수연 옮김 / B612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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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고 일곱 해를 살아가던 경기도에서 충청북도로 이사를 가던 날이었다. 친하게 지내던 지인들과의 헤어짐이 못내 아쉬워 차 안에서 우는 내게 다섯 살 인생이 물었다.

"이사 가면 좋다고 했는데 왜 울어요?"

아직 모르는 것이 더 많을 나이, 하지만 아이에게서 받는 질문이나 아이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늘 어리석기만 한 것은 아니다. 요새 못하는 말이 없는 천둥벌거숭이라 허를 찔린 것 같은 느낌을 더욱, 자주 받는다.

 

 

 

 

 

 

 

휴일(holiday)에 읽으면 더 좋을 것 같은 찰스 디킨스의 마지막 소설 <홀리데이 로맨스>에도 그런 깨달음을 주는 아이들이 나온다.

주머니를 탈탈 털어 월킹워터 장난감 가게에서 산 초록색 반지로 구색을 맞춰 (댄스 교습소 모퉁이에 있는) 오른편 옷장 안에서 결혼을 한 윌리엄 팅클턴과 네티 애시퍼드, 다음 날 비슷한 예식을 올린 로빈 레드포스와 앨리스 레인버드가 바로 그 꼬꼬마들이다.

영광스럽게도 찰스 디킨스의 소설 속에 화자로 등장하는 유일한 어린 인생들이다 보니 그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어른인 나를 뜨끔하게 했다.

요정(!) 그랜드마리나도 아이들 편이라 아이들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말허리를 자르거나 "이유"에 집착하여 아이들을 질리게 하는 행동을 꾸짖는데 우리집 다섯 살 인생의 물기 어린 두 눈이 생각이 나서 씁쓸해지기도 하더라.

아직 십대에 이르지도 못한 꼬꼬마들이 아흔 - 우리집 다섯 살이 가장 큰 수라 믿는 110같은 느낌으로, 아이들이 생각하는 나이인 듯? - 이 될 때까지 기다리면 어른들이 아이들을 이해하게 될 거라 믿으며 꿈꾸는 "아이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사는 나라" 이야기도 거장 찰스 디킨스가 만든 꼬꼬마들의 이야기답게 재기발랄했지만 나는 이미 너무 커버려 아이들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어른이 되어버린 까닭에 그 나라에는 안가고 싶은 마음.

찰스 디킨스는 무슨 생각으로 이 이야기를 썼을까? 이야기 속 아이들의 바람이 그의 바람일테니 보통 어른보다는 아이들과 친한 소설가로써 어른들이 아이들을 좀 더 살뜰하게 보살피길 바라는 마음이었을까?

그의 의도가 무엇이었든 길지 않은 네 아이의 어른 교화용(!!!) 사랑(?)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제법 유쾌했다. 같은 즐거움과 속 깊은 꼬꼬마들을 향한 애정이 그대들에게도 솟아나길 바라며 이만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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