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하모니카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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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 그녀의 책들에 주목하게 된 것이 언제부터였을까. 아마도 냉정과 열정 사이? 그녀의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든, 사서 읽었든 모조리 읽은 것 같다. 나를 언제나 설레게 하는 그녀의 새 책이 나왔다. <<개와 하모니카>>.

일본 소설들을 특히나 즐겨 읽어왔다. 그네들의 특이하다고 말할 수 있는 이런저런 삶의 방식이나 연애의 모양들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들만의 멋과 맛이 가득한 소설들은 쉬이 읽혔고 언제나, 기꺼이 즐거운 소일거리였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그녀의 책이 가볍지가 않다.

이 책도 그랬다. 젖먹이를 24시간 돌봐야하기도 했지만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쓸쓸했다. 호르몬의 영향도 있어서 읽는 동안 크게 공감할 수도, 감정이입하기도 좀 어려웠더랬다. 그래도 역시 에쿠니 가오리, 이야기마다 충분히 마음과 관심이 쏠렸다.

공항 로비라는 한 공간을 나누고 있지만 소통할 수 없고 그럴 필요를 느끼지도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 <개와 하모니카>도, 5년 넘게 사귄 애인과 헤어져 아내가 누워 자고 있는 <침실>로 돌아온 곤란한 사람 후미히코의 이야기도, 허전한 속을 사랑하는 이타루 씨를 먹어 자신의 일부로 채우고 싶었던 시나의 사연도, 마녀 같은 아내와 고독하지 않으려, 그런 남편을 좋은 사람처럼 느끼고 싶어 매번 <피크닉>을 떠나는 부부의 이야기도, <<겐지 이야기>>를 에쿠니 가오리식으로 풀어낸 <유가오>도, 게이 커플의 <알렌테주>로의 여행까지...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다루고 있지만 모든 이야기는 "쓸쓸함"으로 귀결된다.

살아간다는 것이 쓸쓸하고 처연한 일임을 알만한 나이가 되었다. 그 마음이 또 나쁜 것만은 아님을 알만큼 여러 감정들과 친숙한 사이도 되었다. 나와 같을 이들에게 권한다. 사람들 속에 있지만 홀로 있는 것 같이 느끼는 당신에게, 사람이 지겹지만 또 사무치게 외로워 한 사람만 있었으면... 싶은 나날을 보내는 중인 그대들에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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