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를 그만두는 날
가키야 미우 지음, 고성미 옮김 / 레드박스 / 2018년 6월
평점 :
품절


 

 

 

결혼한 여성 대부분에게 시월드는 참 불편한 곳이다. 어느새 결혼 7년차가 되었지만 나에게도 여전히 어렵고 불편한 그곳! 그래서 여인들은 "ㅅ"자가 들어가는 음식도 잘 먹지 않는다는 농담을 진담 섞어하는지도 모르겠다.

<<며느리를 그만두는 날>>이란 파격적인 제목의 소설 속 주인공도 당연히 며느리다. 우아한 시어머니와 재력가인 시아버님 사시는 동네에서 비록 쇼윈도 부부로지만 자그마치 15년을 살았는데, 이 남편이란 작자가 도쿄로 출장을 간다고 해놓고 시내 호텔에서 뇌졸중으로 죽어버렸다.

아내라는 자리가, 며느리라는 자리가 영 행복하지도 편하게도 느껴지지 않았던 터라 이제는 좀 자유로워지려나 며느리는 생각하지만 히키코모리인 딸은 차치하고 하나 뿐인 아들을 잃어버린 시어머니는 주인도 없는 빈 집에 위급상황을 대비해 드린 스페어키로 자꾸 들락거리는 등 며느리에게 집착하기 시작한다. 때맞춰 시아버지는 치매로 이상행동을 보이기 시작하고, 며느리는 결국 이 모든 억압(!)에서 탈출하기로 결심한다.

그 탈출의 방법이란 친인척 관계 종료신고서라는 것을 관공서에 제출하는 것인데 "사후이혼"이란 말로 더 통용되고 있고 일본에서 유행이라 한다.

우리나라와 참 닮은 일본, 낯선 사람도 분향하러 왔다고 초인종을 누르면 들여야하는 풍습 등은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고부간의 갈등이라든가 여러 "관계"들 속에서 생기는 어려움들은 꼭 같아서 화도 나고 덩달아 어려운 맘이 들었다.

특히 결혼 전부터 남편의 통장잔고를 축내온 사오리라는 여성의 존재! 분향하러 와서 남편의 잠옷을 달라고 하질 않나... (부들부들)

쉬이 읽히는 일본소설답게 두, 세시간만에 이런저런 일을 하면서 다 읽어버렸지만 마지막이 찝찝하지 않아서 더 즐거이 읽었다.

 

 

 

 

 

 

 

또 남편의 수첩 속 정확한 의미를 알 수 없는 별 다섯 개의 존재가, 내 맘대로, 내 멋대로 그래도 남편과의 관계는 실패가 아니었는지도 모르겠다는 결론을 내리게 했다.

아무쪼록 누구에게든 숨막히는 듯한 구속감을 주지도, 느끼지도 않는 담백한 관계를 유지하며 살 수  있길 소원하며 글을 맺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