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같은 시가 꽃씨처럼 맘에 심긴다!

엄마의 꽃시
김용택 엮음 / 마음서재 / 2018년 5월

세종대왕님이 만드신 우리의 어여쁜 글, 한글은 세계가 인정한 배우기 쉬운 언어이다. 하지만 가난해서 또 여자라서 못배운 어르신들께는 참 어렵고 아픈 말이기도 하다.

아이가 즐겨보는 EBS 채널을 찾다 가끔 성인문해프로그램의 마지막 부분을 보게 되는 때가 있는데 문맹에서 벗어난 어르신들의 얼굴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하게 되는 것은 기쁨 가득한 미소다. 소감을 물으면 또 늘 울먹이시는데 내가 겪어보지 못한 슬픔과 설움인데도 덩달아 눈시울이 뜨거워지곤 한다.

동일한 감동을 주는, 또 같은 기쁨을 만끽하셨음이 분명할 어르신들의 시집을 소개하려한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주들이 집에 왔는데도 동화책 읽어달라 할까봐 두려운 마음에 부엌에서 나가지 못했다는, 그런 상황이 닥치면 자꾸 땀이 나고 무섭다는 어르신들의 속내가 고스란히 이 책 <<엄마의 꽃시>>에 담겨있다.

글을 배우고 처음 아들에게 문자를 보냈더니 놀란 아들이 전화를 걸어오고, 모자가 목이 메어 말도 아무 말도 못했다는 사연도 짧은 시에 담겨 있었는데 생판 남인 내게도 이리 기쁜 것을 보니 당사자들의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듯.

시는 위대하다. 많지 않은 글 몇 줄에 못배워 무시당하고 서러웠던 마음도, 차마 말로 전할 수 없었던 깊은 사랑의 마음도 모두 담아 하늘로 떠나보낼 수 있다.

이런 시를 글자를 처음 배우며 쓰신 어머님들은 물론 더욱 위대하다. OO엄마, 아내, 며느리, 할머니의 호칭보다 이름 석 자를 찾은 어르신들께 더욱 맛깔나는 삶이 예정되어 있고 더욱 향기로운 글귀들이 쏟아져나올 것임을 나는 의심치 않는다.

시에 덧붙여진 김용택 시인의 글들도 어르신들의 글과 위화감 없이 어울려 그분들의 또 다른 목소리인 줄 알았다. 101인의 멋쟁이 시인들께 눈을 맑고 밝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며 글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