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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렘 - 떨림, 그 두 번째 이야기
김훈.양귀자.박범신.이순원 외 지음, 클로이 그림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8월
평점 :
삶에 경험이 많을수록 사랑하기가 어렵다. 이것저것 따지고 자로 재보고서야 사랑을 시작한다. 그래서 첫사랑은 무모하지만 아름답다.
오늘 사랑에 대한 아름다운 기억들을 되살려줄 책 한권을 만났다. 우리시대 대표 소설가들의 사랑의 단상들을 한권으로 엮은 책이다. 작가들의 열 네편의 러브스토리가 궁금했다. 그리고 글 쓰는 것이 직업인 이들은 어떻게 그 사랑 이야기를 종이에 담을까 역시 궁금했다.
책의 제목은 <설렘>(랜덤하우스.2009)이다. 첫 사랑의 기억과 제법 잘 어울리는 제목이다. 옛 기억 속 밤새워 한자 한자 고민하며 가슴 떨림으로 나의 속마음을 담았던 편지 한 장. 그리고 답장이 오기까지 기다림에 대한 설렘. 이 책에서 동일한 설렘을 느낄 수 있었다.
누군가 사랑은 사계절과 비슷하다고 했다. 봄의 싱그러움과 여름의 정열, 가을의 성숙함을 지나 이별에서 소망을 꿈꾸는 겨울 같은 것이 꼭 사계절과 닮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계절로 비유한다면 봄이다. 첫사랑은 싱그러움, 설렘, 첫 번째 걸음 등 봄과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책에 담긴 열 네편의 이야기에는 사랑도 있고 셀렘도 있고 열정도 있고 이별도 있다. 사랑하는 모습을 볼 때는 함께 기뻐했고 이별하는 모습을 볼 때는 함께 슬퍼했다. 그러나 만나고 헤어짐과 상관없이 이들의 첫사랑은 모두 아름답다. 그 이유는 두 사람 모두 사랑에는 서툴렀지만 순수했기 때문이다.
사랑에 대한 다양한 감정, 삶의 모습을 통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오늘 사랑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사랑이란 우리 인간들이 살아가야 하는 이유가 되고 살아가는 힘이 된다. 그래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다양한 사랑의 모습들은 어느 것 하나 소홀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조용하게 속삭이는 사랑의 모습들은 예전 첫사랑의 아름다웠던 기억을 되새김질하게 하고 다시금 예전의 열정을 불러일으킬 것만 같다. 책을 뒤덮고 있는 아름다운 사랑의 고백들로 인해 이 책에서는 향기가 난다. 열 네명의 화자들은 이러한 자신의 첫사랑을 자연스럽게 풀어놓는다. 글 잘쓰는 소설가가 아닌 사랑에 목말랐던 한사람으로서 풀어내는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는 나의 마음까지 셀렘으로 초대한다.
첫사랑의 기억과 더불어 파스텔톤의 그림이 아름다운 이 책을 손에 놓지 못하고 날이 새며 읽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오늘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음에 감사해야 할 것 같다
가을은 옛 추억을 생각하기 좋은 계절이다. 특히 낙엽 떨어지던 길을 손잡고 걸었던 옛사랑과의 발자국은 그 거리에 아직도 남아 있는 듯 하다. 그 추억 속으로의 여행은 아름답고 셀렘 그 자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