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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구스투스 - 로마 최초의 황제
앤서니 에버렛 지음, 조윤정 옮김 / 다른세상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미국 헌법의 정부구성은 대통령, 상원, 하원 세부분으로 이루어져있다. 이 구성은 고대 로마공화정의 구성요소를 그대로 따른 것이다. 그 로마 공화국의 최대치의 모습을 꿈꾼이가 바로 아우구스투스였다.
그것을 실현시킨 그의 원칙은 정말 단순했다. '가장 오래가는 제국 만들기'. 이에 필요한 인격적 조건에는 약간의 눈치와 야비함. 그게 거의 다였고 그리고 약간 애매한 하나, 난 이것을 맹목성이라 부르겠다. 여기서의 맹목성은 무대뽀랑 다르다. 맹목성은 자기완성적인 특성이 있고 모대뽀는 자기몰아적인 특성을 가진다. 그는 그 뭔가를 알고있었다. 순 골치덩이인 공화정체와 원로원을 끝까지 안고 간 것은 단지 그에게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세인들 눈치를 잘 살피던 그에겐 특히 말이다.
고대 로마의 공화정은 통령(컨슬), 원로원(세나투스), 민회(코뮤티아)로 구성되는 혼합정체로 통령은 군주적 요소, 원로원은 귀족적 요소, 민회는 민주적 요소를 각각 대표하는 것이다. (박홍규의 『누가 아렌트와..,』)
아우구스투스는 권력의 최정점에서 스스로를 제1시민(프린켑스)이라 칭하며, 한낱 행정관 격인 집정관이란 직함으로 유명유실한 공화국을 끝없이 진화시켜갔다. 그는 시민과 속주민들에게, 그리고 대립관계인 원로원들에게조차 두려움과 동시에 고마움을 느끼도록 만들었다. 1500년 뒤에 나타난 마키아벨리즘의 가히 사적 전범이라 할만한데, 로마시민권을 얻기위해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로마에 안가도 로마법을 따르게끔 로마식 생활방식이 주변국들로 퍼져나갔다. 무엇보다도 근대도시가 갖춰야할 기본 틀을 당시에 세웠다는 점에서 그의 정치적 창조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개같이는 벌지만 정작 정승같이 쓰는 이는 보기힘들다. 아우구스투스는 정말 개같이 권력을 좇았고 정승같이 지배했다. 어떤 개같음이냐가 문제인데, 저자가 도출한 바로는 폭군이나 전제군주의 살벌함 따위가 아닌 비릿하게도 교활함과 치졸함의 진수만을 드러내고있다.
공화주의자들에 의해 살해된 양부 카이사르의 자리를 되찾는다는 명분을 뒷배삼아 그는 배신과 술수를 밥먹듯 일삼는데, 중요한 전투 때마다 딱 맞춰 앓아눕는 신경쇠약성 체질에다가, 반대파들을 현상금을 내걸어 인간살육을 벌이던 비열한이었고, 필요하다면 양아들마저도 제거하는 잔악함까지 보였다. 그런 인물이 어이없게도 친누나를 끔직이도 사랑해 평생을 극진히 보살폈으며 아이를 갖지못한 아내와 50년을 행복하게 결혼생활을 영위한 인물이기도 했다.
어떤 일관성이 없이 여기저기 얼룩진 그의 모습이 오히려 자연스런 동의와 이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하는데, 그의 삶 한 켠에는 가면과 연극이란 단어가 줄곧 따라다닌다. 시커먼 간악함과 자애로운 부드러움을 동시에 지녔던 인물이 자신의 생을 한편의 소극으로 바라봤던 것은 어쩜 그가 내릴 수있었던 유일한 결론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양부 카이사르가 암살된 그 날부터 자신의 임종의 순간까지 줄곧 두가지의 역을 무리하게 끌고 온 것은 아닐까. 그리스비극의 처절한 운명들을 생각하며, 맹목적인 욕망과 한사람의 여인에게 편히 안주하고 싶은 흐릿한 경계지점에서 허덕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