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식동물의 딜레마
마이클 폴란 지음, 조윤정 옮김 / 다른세상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모처럼 함께한 가족들과의 식사자리,  가끔씩 식탁위에 생뚱맞게 올려진 특정 야채나 과일을 주요 화두로 삼아 의무적으로 먹어야 하는 일이 생긴다.  "요새 이게 그렇게 몸에 좋다더라, 무슨 기능이 있어가지고서는 어디에 좋고, 뭣에 좋고.., "  다음 주가 되면 그 메뉴는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채 다른 재료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20대 후반을 넘어서는 여성들의 수다 중 절반은 주변인 신상정보교환이고 나머지 절반은 건강상식 쏟아내기와 질병에 대한 두려움 전파가 주를 이룬다. 기아, 호환마마를 극복한 재래의 문명인류는 더이상 두려울게 없어보이지만, 매일매일 신종 질환의 두려움을 업데이트하면서 상시적인 불안신경증에 자발적으로 시달리고있다.
이 책은 '우리가 먹는 음식은 어디에서 왔을까'라는 지극히 일차적인 문제제기에서 출발, 음식의 가공, 변태(?)과정을 직접 발로 쫓으면서 고도로 분화되고 구조화된 '음식산업'과 '현대인의 식생활'에 대해 고뇌하고, 고찰, 고발한 책이다.  

모든 것을 먹을 수가 있어, 도대체 무엇을 먹어야할지 끊임없이 고민하게된 잡식동물들의 딜레마를 인간은 선대부터 면면히 이어져온 전통음식문화를 통해 자연적으로 해결해왔지만, 자본주의시대 소비주의 식품산업의 발달은 편리하게 가공된 완성식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대형마트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만들어 현대인의 식사양식을 전통문화와 철저히 절연시켜버렸다. 


 소비자의 고유 권한이었던 '음식 선택의 권한'은 전적으로 마트에 어떤 상품을 진열할 것인가 계산기를 두들기는 식품산업주체에게 달려있다.  이 산업주체에게 식품을 만드는 기준은 국민건강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값비싼 광고와 값싼 원자재값에 더 큰 영향을 받게된다. 정부는 기업원조 없이는 다음 선거를 낙관할 수 없기에 대체로 이들 기업의 이익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게 된다. 정부는 가공된 제품을 파는 기업들에게 특히 협조적인데 이 기업들을 위해서 값싼 원자재를 외국에서 들여와 자국 농산물 가격을 땅에 떨어뜨리고, 자국 농업이 완전히 망하지는 않게 정부보조금을 통해 근근이 연명하게 만들어서 비상식적으로 저렴한 원자재값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정부의 이같은 친기업정책이 결국 부실한 농업정책을 야기하게 된다. 생산비보다 언제나 밑도는 농산물가격을 생산량 증가로 메우려다보니 옥수수는 과잉으로 넘쳐나게되고 이 넘쳐나는 옥수수를 정부가 대거 사들여 각종 가공식품산업에 무제한 공급하게 되니, 되지도 않은 곳에 옥수수가 들어가게되고 심지어 가축사료로 둔갑되어 소에게 강제투여되고 배탈이 난 가축에게 항생제와 진정제를 투여하는 비극적 현상과 급기야 옥수수로 대체에너지를 만듭네 어쩌네 하는 법석까지 벌이는 지경을 만들어다. 푸코는 '근대 이전과 근대 이후의 차이 중 하나가 국가공권력의 개별인간에 대한 생사여탈권에서 국민전체의 건강 관리통제 시대로 이행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미국을 위시한 현대국가는 국민을 상대로 한 소비산업의 관리는 성공했을지 모를지언정, 국민건강에의 통제권을 상실한지는 이미 오래인 것 같다.

책은 총 3부로 나뉘어져 있다. 음식산업이 야기한 전통식사와 영양균형의 초토화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 또 하나의 산업이 된 유기농식품과 초유기농 농가에 대한 관망으로 넘어간다. 마지막으로 저자 스스로 음식에 대한 주도권을 회복하는 수렵과 채집의 단계로 음식탐험은 마무리된다. 저자는 직접 사냥으로 멧돼지를 살육했을 당시 느꼈던 원초적인 흥분과 자기안에 내재되어있던 원시적 본능을 솔직하게 바라보면서, 그런 자신의 모습(사진)을 제3자의 시각에서 다시 봤을 때 생기는 구역질과 혐오감을 스스로도 설명하지 못함을 인간 종의 존재양식과 멀어져버린 현대인의 인식의 부조화를 꼬집어 설명하고있다. 그리고 채식주의자나 동물살육에 반대하는 동물애호가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경험주의의 한계를 너머 다양한 인식론을 제시, 비판하고 있다.  인간은 결국 선택가능한 다양한 섭식방법(전통식, 산업식, 유기농식, 수렵식) 중 그 어떤 것이든지 각각에 기회비용과 물량 제한이 따르므로 결국 인간은 영원히 딜레마에 봉착할 수 밖에 없다는 미완의 (열린)결론을 맺고 있다. 

 시원스런 해결책을 얻진 못하지만 현실의 위기상황을 정확히 직시하도록 만든다는 점에서 이 책은 그 맡은바 소임을 다하고 있다. 저자가 책 끝자락에 힘주며 적은 이 문장 하나가 모든 사태와 성격을 규정하고 있다.
"패스트푸드의 가격은 겉으로는 싼것처럼 보이지만, 그 정확한 비용은 숨겨져 있다. 이 비용은 자연이나 공중보건, 공적 자금, 그리고 미래가 부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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