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상한 것은 그 뒤의 어머니 거동이었다. 어머니는 며칠이 지나도록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는 듯했다. 형에 대해서도 전혀 언급이 없었다. 못 견딜 사람은 바로 나였다. - P136

자신의 어리석음을 회고하는 일은 잔인하다. 게다가 그 어리석음에는 눈먼 욕심이 포함되어 있었다. 나는 안정된 직장을 잃었고 앞날이 어떻게 될지 몹시 불안정한 상태였다. - P257

이런 젠장맞을 나는 민구의 눈물을 이해했다. 그러자 갑자기 내게서도 눈물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이건 정말 뜻밖의 현상이었다. 나는 얼른 돌아섰다. 방문을 닫고 앉아서 나는 소리 없이 울었다. 울음을 그치려고 노력했지만 그게 쉽지가 않았다. - P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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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혼란이 어느 정도 가시고 나니 이 말만 입속에 줄곧 서있다. 감히. - P40

광장에서 아무도 국가 폭력으로 다치지 않아 기쁘다는 말을 듣고 읽을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사람들이 다치고 죽는 상황이 이렇게 많은 이들의 마음에 뻔한 가능성으로 존재했던 그 시간 자체가, 그런 시간이 있는 현실 그 자체가 두렵고 아프다. - P41

나도 겪곤 하니까. 그 무서운 일을 내게 너무나 중요한 그것이 당신에겐 중요하지 않다는 걸 목격하는 일, 사람의 무언가를 야금야금 무너뜨리는 그 일을 - P43

내가 세상에 뭘 내주었다고 실망씩이나, 내가 그에게 뭘 해주었다고 실망씩이나 해. 내 입에 오르면 세상 치사한 말이 되는 것 같다. 마치 전혀 연루되지 않았다는 것처럼, 그 말을 할 때. - P109

가능성만을 바랄 수 있을 뿐인 세계는 얼마나 울적한가. 희망을 가지고 그것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믿기가 너무나 어려운 세계, 그 어려움이 기본인 세계는 얼마나 낡아빠진 세계인가. 너무 낡아서, 자기 경험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는 세계.
다만 이어질 뿐인. - P171

지난 겨울과 봄은 나름으로 삶을 가꾸며 살아도 권한을 가진 몇 사람이 작정한다면 도리 없이 휩쓸리고 뒤흔들릴 수밖에 없는 작은 존재, 내가 그것이라는 걸 실감한 국면이자 계절이었습니다.


다른 날 다른 때 
우리가 또 서로를 알아볼 수 있기를 바라며.

6월 담양에서, 정은 - 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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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일기
황정은 지음 / 창비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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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 표지의 발췌문만을 읽고도 울컥하고 위로받는 마음. 작은 일기와 함께 작가가 읽은 책을 찬찬히 함께 읽으면서 우리 같이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 다른 시간에 다른 방식으로 다시 읽게 될 것 같아 두 권을 더 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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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살면서 오렌지를 먹어 본 적이 많지 않았다. 그 애는 나를 지켜본 것만으로도 그 사실을 이해했다. 

나는 사람들이 주로 웅얼거리는 세계에서 자랐다. 말하기는기껏해야 사치였고 아주 흔하게는 경박한 짓이었다. 사람들은 감사를 표하기 위해서도 웅얼거렸고, 만족을 표하기 위해서도 웅얼거렸고, 웅얼거리려고 웅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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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어머니의 사랑은 여름날의 아름다운 누비이불처럼 숨막히는 것, 몸에 스치면 쓸리고 계절이 바뀌었는데 어디론가 사라졌을 때에나 아쉬운 것이었다.
당시 나는 토냐가 단순한 친구 이상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에도 어머니가 계속 나를 사랑할지 알지 못했다.그리고 그것을 확인하려 하지 않았다.

나는 나에 관해 모든 것을 말해주었으나 어머니는 그것을 모른다고 주장했다.

_ 강설

그녀의 말 이면에서 체념이나 순교의 흔적을 찾아내려 해보지만 늘 그렇듯이 론다는 자기 진심만 말한다.
"베이브" 내가 말한다. "어머니가 나를 위해 남겨놓은 공간은 둘이 들어갈 만큼 크지 않아."
론다는 고개를 끄덕이고, 우리는 열심히 먹기 시작한다.
바깥에서 눈이 우리 데크를 담요처럼 덮는다. 밤새 내리고, 내일도 내릴 것이고, 우리는 다시 눈이 시키는 대로 할 것이다.
_ 강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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